136조 육박하는 PF 대출…한은 "폭탄 터져도 시스템 안정"

부동산 PF, 은행권 영향은 적어…"감내 가능"
"저축은행 등 비은행 자본 건전성은 유의해야"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해도 우리나라 전체 금융 시스템은 안정된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다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은 하락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35조6000억 원에 이른다.

한은은 28일 펴낸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이 같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내놨다.

한은은 PF 사업장 미시 분석을 거쳐 고위험으로 추정되는 사업장의 부실화를 상정한 스트레스 상황(S1)과 해당 부실이 시공사를 통해 여타 중·저위험 사업장 부실로 확산되는 스트레스 상황(S2) 모두에서 우리 금융 시스템이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금융 시스템은 양호한 손실 흡수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PF 사업장 부실이 크게 확산되는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제공)

첫 시나리오에선 저축은행의 자본 비율이 기존 14.1%에서 12.6%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사의 경우 18.4%에서 17.7%로, 증권사는 740.9%에서 727.0%로, 보험사는 224.1%에서 223.0%까지 미끄러질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경우는 기존 16.6%의 자본 비율을 유지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저축은행 14.1→11.4%, 여전사 18.4→16.8%, 보험사 224.1→221.0%, 은행 16.6→16.4% 순으로 자본 비율 하락 정도가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업권별 평균 자본 비율은 여전히 모든 업권에서 규제 비율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해당 테스트는 부동산 PF 부실이 크게 확산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만큼 PF 리스크가 적절하게 관리되는 현 상황에서 금융업권 전체로는 사업장을 둘러싼 리스크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저축은행 등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 비율이 상당폭 하락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제공)

한은의 분석이 맞다면 우리 경제는 PF 폭탄에 대한 우려를 한결 던 셈이지만 한은은 PF 사업장 관련 잠재 리스크 자체는 커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PF 대출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으나 연체율 상승세(4분기 2.7%)가 지속되고 있다"며 "PF 사업장 관련 잠재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부동산 경기 등에 따라 PF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경기와 건설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PF 사업장 부실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PF 채무 보증 규모가 과도한 일부 건설사들이 유동성 사정 악화로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경우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과거 저축은행 PF 사태 때에도 건설투자가 3년 동안 감소세(2010~2012년 평균 -3.3%)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건설사 구조조정 제도가 이후 보완됐기에 건설사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단기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도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다. 한은은 "시장이 해당 이슈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데다 대내외 금융 여건도 우호적으로 움직인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