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산업부 전 차관 출신 인사들…재계 등 영입 경쟁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김재홍, LS일렉트릭 사외이사로
장영진 무보 사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내정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인사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중전기업계에서는 앞다퉈 이들을 영입하고 있고, 공기업·재계 단체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24일 산업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효성중공업(298040)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우태희 전 산업 차관(2016.1.18~2017.7.25)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우 대표는 행정고시 27회 수석 합격자로 산업부 통상협력구장,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2차관 등을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2020년 이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달 열릴 주총에서 3연임 확정을 앞둔 조석 HD현대일렉트릭(267260) 대표도 산업부 차관(2011.12.7~2013.3.10) 출신 인사다. 행시 25회인 조 대표는 2020년 현 산업부 전신인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LS일렉트릭(010120)은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을 지낸 김재홍 전 산업부 차관(26회, 2013.3.15~2014.7.24)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처럼 대형 중전기업계가 산업부 전 차관 출신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본은 국가 전력 운용의 기본 방향과 장기 전망·전력 설비 시설 계획·전력수요관리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전력 정책으로, 2년 단위로 수립·시행된다. 이번 11차 전기본에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전력 수급계획이 담긴다.
사업주체인 한전의 송변전설비계획 투자계획도 담길 예정으로, 지난 10차 전기본 계획에는 송‧변전, 배전에 투자하는 금액만 100조 원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공공재적 성격이 큰 만큼 투자 자체를 정부가 주도하는데, 대형 중전기(重電機, 발전기·변압기 등 중량이 큰 전기 기구) 업계에서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 역시 여기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기, 변압기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사업을 수주하려는 대형 중전기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관료사회와 접근이 유리한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을 영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산업부 차관 출신 인사들의 자리 이동은 공기업, 재계 단체로도 활발하다.
장영진 전 산업 1차관(2022.5.10~2024.1.10)은 지난 1월 퇴임한 이후 지난 18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올랐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장 사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정책관, 투자정책관, 주미국 대사관 경제공사, 산업혁신성장실장, 기획조정실장,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무역·통상·에너지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두루 전문성을 쌓았다.
정만기 전 차관(2016.8.17~2017.6.13)은 최근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직을 내려놓고, 효성첨단소재 사외이사 자리를 옮겼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차기 무협 회장으로 확정된 후 현직에서 물러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만기 부회장의 사임으로 현재 공석이 된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자리에는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2017.6.13~2018.9.28)이 올랐다.
이 상근부회장은 행정고시 31회 출신으로 1987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산업부에서 창의산업국장,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 등을 거쳐 2017년 산업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박일준 전 산업 2차관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에 내정됐다.
박 전 차관은 이달 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후 열리는 임시 의원총회를 통해 신임 상근부회장에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차관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 및 제2차관(2022.5.13~2023.5.9)을 역임했다. 우태희 전 상근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산업부 차관 출신 인사가 상근부회장직에 낙점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자리 나누기식 이권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계 출신 관료들의 업무 특성상 해당 방면의 지식 등 전문성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관료사회와의 수월한 접근성은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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