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술장벽에 韓 소기업 '고사'…"수출 금액에는 영향 없어"
무역기술장벽, 2015~19년 수출기업 수 최대 0.22% 줄여
"비용흡수능력 낮은 소기업 퇴출…대기업 수출 영향은 적어"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글로벌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 높아질수록 우리나라 수출기업 수는 감소하지만 수출금액에는 뚜렷한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기술 장벽에 막힌 소규모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사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2일 '수출대상국의 TBT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수출의 내·외연적 한계와 산업 특성에 따른 비교' 제하의 BOK경제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용준 경희대 교수와 신상호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015∼2019년 국내 제조업 7개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 수준의 패널 회귀 분석을 거친 결과, TBT 증가가 수출기업 수를 줄여 외연적 한계를 축소(최대 0.22% 감소)했으나 내연적 한계인 수출금액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TBT 증가가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 진입을 억제해 기업 수를 감소시켰지만 우리 수출이 비용 흡수 능력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돼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TBT는 최근 비관세 무역장벽 중에서도 정책 중요도가 높은 이슈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무역 상대국의 다른 기술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 절차 등으로 인해 무역에 방해가 되는 제반 요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산 제품이 KC(Korea Certificate) 인증을 받아 공식적으로 안전함을 입증받아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e)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험설비설치, 기술개발, 통관지연 등의 추가적인 수출비용이 들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의 일정 비율을 미국이나 미 FTA 체결국으로 채워야 한다고 규정한 IRA법이 대표적이다.
TBT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요소로는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이들 특성은 TBT 간 교차항 계수의 부호가 대체로 양(+)으로 나타나 TBT의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에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은 TBT의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완충 효과는 주로 수출기업 수, 다시 말해 외연적 한계에서 나타났다. 수출금액에서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TBT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다자적 차원의 직접 무역 협상으로 TBT 수준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수출산업의 생산성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규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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