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에 일방 계약해지·물품구매 강제…비엔에이치 과징금 17억

경쟁입찰인데…입찰 최저가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 '갑질'
원청 요청으로 인원 보강해도 정산요구 못하게 부당 특약

ⓒ News1 장수영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하도급 업체에 배관공사를 위탁하면서 하도급서면 지연발급, 부당특약, 물품 구매 강제 등을 한 ㈜비엔에이치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으로 비엔에이치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7억 7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비엔에이치가 △하도급서면 지연발급 △부당 특약 설정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물품 구매 강제 △부당한 위탁 취소 △경제적 이익 부당 요구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의무 위반 △하도급대금 조정의무 위반 등 총 8개의 법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비엔에이치는 지난 2019년 메디톡스 오송3공장 배관공사, 이천 하이닉스 배관공사, 청주 하이닉스 2차 배관공사 등과 관련한 공사를 수급사업자(하도급 업체)에 건설위탁하면서, 공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하도급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지연 발급했다.

회사는 또 하도급계약서에 인원보강을 요구하거나 돌관공사(인원을 집중 투입해 빨리 끝내는 공사) 요청 시 하도급업체가 즉시 응하도록 하면서도, 이로 인한 정산을 요구할 수 없다는 부당 약정을 강요했다. 또 직접비 외 간접비 등에 대해서는 별도 지급하지 않고, 본인들만 즉시 해제·해지 사유를 부여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했다.

비엔에이치는 메디톡스 오송3공장 배관공사와 관련해 수급사업자와 2019년 9월 수의계약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이 발주자와 체결한 도급계약서상 직접공사비를 합한 금액(18억 9500만 원)보다 낮은 금액(9억 1000만 원)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또 이천 하이닉스 배관공사에서는 경쟁입찰을 통해 수급사업자를 하도급공사업체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2020년 3월 수급사업자가 제출한 입찰 최저가 금액(83억3900만 원)보다 낮은 금액(80억6800만 원)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아울러 이천 하이닉스 배관공사 당시인 2020년 3월 수급사업자에 특정 자재공급업체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자재 구매를 요구해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보다 높은 단가로 총 432만 원 상당의 자재를 구매하도록 강요했다.

비엔에이치는 2020년 12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볼 수 없음에도 '상당한 손해를 끼치거나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 등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계약해지 사유를 통해 하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도 했다.

이외에 회사 측은 메디톡스 오송3공장 배관공사 당시인 2019년 10월~2020년 12월 자신의 부담 부분인 가스대금 및 장비 임차료 총 6300만 원 상당을 수급사업자가 대신 지불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물가 등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영세 하도급업체에 계약서 지연발급, 부당특약, 부당한 대금결정, 구매강제, 위탁취소, 경제적이익 부당요구, 대금지급보증의무 위반, 대금조정의무 위반 등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수급사업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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