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개편 진척없이 군불만…총선 이후 본격화할 듯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 300억원 달해…개편 필요성 우회 언급

지난달 25일 대전 서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실업급여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뚜렷한 진척을 내지 못하고 군불만 때는 모양새다. 노동계의 반발 등 제도 개편 문제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만큼, 정부는 4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편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부정수급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 실시 결과 사업주와 공모해 퇴사했다고 거짓 신고로 실업급여를 받는 등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132명이 적발됐다. 이번 기획조사로 적발된 부정수급액은 12억1000만 원에 달했다.

기획조사 적발 내용을 포함,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299억92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68억2700만 원) 대비 11.8%가 증가한 금액이다.

부정수급액 규모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부정수급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불법 악용이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기조 아래 특별점검과 기획수사를 통해 부정수급자들을 적발해 왔다. 올해에도 정부는 해외 체류기간 중 타인이 대리로 실업인정 신청을 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례 등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특별점검할 예정이다.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이 오른 것도 부정수급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는 이전 직장에서 받은 평균임금의 60%를 주고 있는데, 최소한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시급 9860원)의 80%를 하한액으로 두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은 6만3104원이다. 전년 대비(6만1568원) 2.5% 올랐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면서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인 '6만6000원'에 근접했다는 부분이다. 최저임금이 1만320원을 돌파하게 되면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게 된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실업급여를 개편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해 3월 정부는 고용보험개선 TF를 출범하고 다양한 방안의 제도 개편에 대해 머리를 맞대왔지만 7월 당정 공청회에서 소위 '시럽급여'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회전만 거듭 중이다.

특히 오는 4·10총선을 앞두면서부터는 민감한 쟁점들을 선거 후로 미루면서 논의가 하세월인 상황이다. 경영계는 과도한 실업급여가 취업 의지를 떨어트린다며 개편을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현행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민감한 이슈지만 여전히 우회적으로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높고 반복수령이 가능한 점 등으로 인해 실업자들의 재취업 의지가 떨어진다고 보고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성희 차관은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이 7년 만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것과 관련 "올해에는 고용서비스와 연계한 수급자의 재취업 지원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면서 "실업급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수급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되면 실업제도 개편도 추진 동력을 얻고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계가 개편 제도에 대해 '고용보험제도 개악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 발표와 관련해서 "실업급여는 고용안전망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단기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해 왔다"며 "자발적 이직에 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현행 제도하에서 반복수급 증가는 수급자들의 '의도적 반복'에 기인한 것이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노동시장 상황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임금체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업급여마저 개악한다면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생계에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행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