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성 난청' 산재 6년새 5배…산재보험 제도 뜯어고친다
고용장관 "산재 신청자 중 고령층 재해자가 93% 차지, 문제 있어"
노무법인 산재카르텔·명의대여 적발…산재보험 부정수급 적발액 113억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산업재해 보험의 악용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최근 산업재해 신청 및 승인이 급증한 '소음성 난청'을 비롯해 장기요양환자 양산 절차 미비, 기금 운용 등 산재보험에 전반을 손볼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과정에서 산재보상 인정, 요양 절차, 관리 부실 등 보험 제도와 민간병원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산재보상 인정과 관련해 '소음성 난청'과 '질병 추정의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 미비'가 대표적 문제로 꼽혔다. 소음성 난청은 작업장에서 85데시벨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됨으로 청력이 손실되거나 청력의 손실도가 40데시벨 이상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 신청 건수는 2017년 대비 2023년(1~10월) 6.5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승인건수와 보상급여액도 5.2배 늘어났다. 고용부는 산재 신청 급증 원인에 대해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고, 2017년 소음성 난청 산재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단일'로 변경됨에 따라 소음 작업장을 떠난 지 오래됐어도 난청 진단을 받은 지 3년 이내면 산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장관은 "50~60세에 퇴직하고 70~80세에 (산재) 신청했을 경우에, 이게 연령 보정도 되지도 않고 (산재) 원인이 노령으로 인한 것인지, 직업성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면서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재해자가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들을 보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부는 적기 치료 후 직장복귀라는 산재보험의 목적과는 달리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집중재활치료 대상자가 증가함에도 해당 치료를 받는 재해자 비율은 저조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산재 요양환자 중 6개월 이상 장기요양 환자는 약 48.1%로 절반 수준이다.
고용부는 장기요양환자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와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생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목통증(경추염좌)의 경우 건강보험 대비 치료기간이 2.5배 더 길고 진료비는 3.7배 더 지급됐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산재보험 적립방식, 규모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며 재정과 조직 등 인프라 개선 방향도 밝혔다.
이 장관은 "산재보험도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 등으로 연금부채가 약 55조원에 달하는 만큼 현재 보유한 22조원의 적립금이 적정한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과 중복 수급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도 연령 특성, 일반근로자 등과의 형평 및 노후보장으로서 타 사회보험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합리적 보상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발족하고 제도 개선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TF에서는 재정 운용 문제와 요양 절차 문제 등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노무법인 점검은 올해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2주 동안 실시했다. 점검 대상기간은 부정수급 처벌에 대한 소멸시효 3년을 고려해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로 했다. 감사 결과 고용부는 486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부정수급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에 달한다.
고용부는 이번 특정감사로 브로커 개입, 명의 대여,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 위법 정황이 확인된 11개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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