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뒀던 전기요금 인상…총선 후 다시 '요금 현실화' 드라이브
지난해 3분기 이후 ‘동결’ 유지…고물가, 연료비 하락 이유
'총부채 201조원' 한전 재무위기는 여전…요금 인상 불가피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4·10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정부는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고물가 등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 경감과 연료비 하락이었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총부채 201조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재무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요금 현실화'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정부의 인식도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시점은 총선 이후가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19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일반가구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산업용갑)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지난해 11월 대용량 사용자인 '산업용 을'에 대해서만 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올렸다.
'요금 현실화'를 주창해 온 정부가 내세운 동결 이유는 고물가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 경감과 연료비 하락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연탄 등 연료비 가격이 하락하면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구입단가는 지난해 1~11월 평균 ㎾h당 146.1원으로, 전년(160.5원) 대비 14.5원 하락했다. 반면 2022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전기요금을 올린 탓에 전기 판매단가는 ㎾h당 151.6원으로, 전년(118.6원) 대비 27.8% 상승했다.
구입단가는 줄어들고, 판매단가는 오르면서 지난해 3분기 한전은 10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간 적자 폭도 크게 줄어 지난해 한전은 6조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22년 기록했던 32조7000억 원과 비교해 80%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한전의 실적은 다소 개선세를 보였지만, 고물가에 따른 서민 부담은 가중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월(4.2%)까지 4%대로 치솟았다. 이후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기는 했지만,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반등했고, 9월엔 3.7%, 10월 3.8%로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상황 속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면 국민적 여론이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예했던 취약계층 365만 가구의 전기요금 인상을 올해 1월 유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고려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의 재무위기가 가중되는 상황 속 더 이상의 '요금 동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전은 이미 79조6000억 원의 한전채를 한도까지 발행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자회사들로부터 3조2000억 원의 중간배당을 받아 한전채 신규 발행 한도를 조금 늘렸지만, 회사채 발행 한도는 한계치에 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전기요금 인상 시점은 총선 이후 겨울 난방 수요가 끝나고, 여름 냉방 수요가 급증하기 전인 봄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 정부의 '요금 현실화' 기조도 확고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가진 '2024년 산업부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이미 (전기요금을) 5번 올렸고,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바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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