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블랙리스트 의혹' 쿠팡 특별근로감독 나설까…기초조사 착수
문건 실존·근로기준법 40조 위반소지 여부 쟁점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쿠팡이 물류센터 채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해당 문건 작성 의혹에 대해 기초조사에 나섰다.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기 위해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고용부 관계자는 "기초조사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문건이 실제 존재 하는지, 만약 있다면 왜 만들게 됐는지 등을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용부의 기초조사는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통상적인 조사다. 보통 이 조사에서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근로감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조사 과정에서 쟁점은 실제 문건의 존재 여부와 근로기준법 40조에 대한 위법소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근로기준법의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됐다.
만약 쿠팡의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고용부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온 바 있다.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과 비슷한 사례로는 2021년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다. 마켓컬리는 일용직 노동자의 성명·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을 작성하고 채용대행업체에 이를 전달해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운영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마켓컬리는 당시 이같은 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한 바 있다. 다만 마켓컬리 측은 근로기준법 40조와 관련, '자사의 직원 채용 시'에는 취업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조사결과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2022년 1월 마켓컬리 직원과 마켓컬리 회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CJ대한통운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택배기사의 재취업을 방해한다는 고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앞선 비슷한 사례들에서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온 가운데 고용부 내부에선 이번 쿠팡 의혹에도 근로기준법 40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문이 애매하다.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자사의 채용 기준을 세운 것도 포함이 되는 것이냐, 그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그동안 (검찰의) 판단도 있었고, 자사에서만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도 위반인가하는 부분은 명확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명부 활용의 범위에 따라 위법 소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쿠팡의 이천2센터에서 문제가 된 근로자를 해당 센터가 다시 채용하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라면 일종의 평판 관리 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센터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게 공유했다면 취업을 방해할 목적이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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