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위기]①올해 韓 2%대 성장 가능할까…수출 '기대', 내수는 '우려'

올해 경제성장률 2.1%~2.3% 전망…"수출 상저하고"
국제유가 인상, 물가에 악재…"내수 회복이 급선무"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올해 우리경제 상황은 지난해보단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1%대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회복 흐름도 경기상승 국면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신호다.

그러나 언제든 경기하방 압력이 될 수 있는 변수도 적잖다.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국제유가 상승이 대표적이다. 국제유가는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는 물론 수출과 수입 실적에 따른 상품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관건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 1월 기준금리를 연 3.50%로 8회 연속 동결했다. 물가 둔화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단 이유에서였다. 고금리는 고물가와 더불어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낮춰 내수를 부진하게 만든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외면할 수 없는 우려 요인이란 전문가 목소리도 나왔다. 저출산 문제를 여성의 고용 등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경쟁주의를 되돌아봐야 한단 취지다.

1일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기구와 국책·민간연구소 등 총 17개 기관의 최신 경제 전망을 취합한 결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의 평균 전망치는 2.1%로 계산됐다. 정부(2.2%)와 한은(2.1%)이 2%대 턱걸이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한 가운데 대체로 국제기구 쪽 전망이 더 밝았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10일 주요 대내외 기관의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2%~2.3% 수준으로 전망됐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로, 한은은 2.1%로 각각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보다 소폭 높은 2.3%로 관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일 기존 2.3%에서 정부와 동일한 2.2%로 하향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연간 성장률(1.4%)과 비교하면 1%포인트(p)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같은 배경에는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IMF가 지난 1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1%p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대외 여건 개선으로 수출이 좋아질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수출은 호조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546억9000만달러, 수입은 543억9000만달러로 무역수지 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6.2% 늘어난 93억7000만달러로, 조만간 10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1월 반도체 실적은 예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데 이상할 정도로 수치가 잘 나왔다"며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외부 요인 등을 봤을 때 올해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좋아지는 '상저하고'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도 순조로운 새해 첫 스타트를 끊었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8% 오르면서 6개월 만에 2%대 상승 폭을 보였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3.6%)보다 약 1%p 낮은 2%대 중후반으로 수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3.1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전월(3.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다만 하반기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더욱 둔화할 것이란 정부의 바람이 엇나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60달러대까지 내려온 국제유가가 80달러대를 다시 넘어서면서 90달러 부근까지 다다를 수 있단 점에서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17주 만에 증가 전환한 상황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라며 "물가가 안정돼야 내수가 되고 다른 것도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의 1-1번 과제도 물가 조기 안정"이라며 "약간 불안한 점은 있지만 미국은 금리를 세 번 낮출 것이라고 하는 등 (고물가가) 대부분 끝나가는데 우리나라는 아예 안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기회복을 위해선 내수 회복이 급선무란 견해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가 회복돼야 서민들이 어려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소상공인의 도산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플레가 다시 재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이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내수에 가장 효과적인 게 건설경기 회복"이라며 "건설경기는 모든 산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교통, 인프라 등에 투자하면 주택 가격 없이 내수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단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향후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해법이 가장 주요한 분수령이란 것이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저출산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5~10년 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정책 효과성을 다 지켜보고 난 후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지난다. 저출산 문제를 노동 정책에만 귀결할 것이 아니고 연금, 교육, 부동산 가격 등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천 위원은 또 "최근 이른바 '의대 블랙홀' 현상도 의사가 어쩌면 우리사회에 마지막 남은 지식인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등수를 매기는 것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몇 개국 없다. 학벌주의와 경쟁사회를 완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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