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당국도 놀란 2%대 상승률…둔화 흐름 이어갈까 '유가·임금' 변수

기재부 "예상보다 좋게 나와…석유류 가격 안정 덕"
"2~3월 다시 3%대 반등 가능성도…흐름 지켜봐야"

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새해 첫 발표인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이중 농산물은 전년 동월비 15.4%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사과(56.8%), 귤(39.8%), 파(60.8%)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4.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올해 첫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도 낮게 나오면서 코로나19 이후 서민들을 고통받게 한 고물가가 수그러드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더욱 둔화할 거란 게 정부의 관측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적잖단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2.3%) 이후 6개월 만의 2%대 상승 폭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둔화하면서 7월 저점을 찍었다. 그러다 8월 3.4%로 반등했고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갔다.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새해 처음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하자 놀람과 안도가 공존하는 기색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상반기엔 3%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이후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란 단서를 달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날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동향' 직후 브리핑에서 "숫자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며 "석유류 가격 안정 흐름이 1월까진 이어졌고, 연초 서비스 가격을 조정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예상보다 나은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1월 물가 상승률이 전망을 하회한 것은 동결된 공공요금 덕이 컸다. 지난해 1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28.3%였던 반면 올 1월은 5%에 그쳤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에 미친 기여도를 보면 지난해는 0.94%p, 올해는 0.19%p다. 작년 1월 전체 물가 상승분의 약 1%p가 공공요금 인상에서 기인했단 의미다.

안정세를 보인 국제유가 영향도 있다. 1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p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출고가가 낮아진 소주 가격 등도 전체 물가 둔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3.1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전월(3.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다만 남은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계속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진 미지수다. 지난해 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을 통틀어 가장 높았던 만큼 올해 1월에는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던 데다 안정되던 국제유가도 최근 오름세를 보여서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경유 값은 물론 수출·수입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분석도 비슷하다. 한은은 2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향후 물가 흐름은 당분간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가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견해도 나왔다.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실질임금이 보전될 경우 늘어난 인건비가 다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태까지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이를 임금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며 "지난해 실질임금이 하락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전하기 위한 움직임도 물가 측면에선 상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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