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뜻 모아 예타 뺀 달빛철도…'곳간지기' 기재부는 난감

기재부 "예타 면제 조항 삭제 국회에 여러차례 전달"
"법 통과되면 귀속될 수밖에…다른 사업 확산 우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 달빛철도(대구~광주) 건설사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놓였다.

입법부에서 의결한 사안을 뒤집을 수도 없는 데다 제2·제3의 포퓰리즘성 예타 면제 사업 요구가 우후죽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상존하면서다.

국회는 지난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가결했다. 재석 216명 중 211명이 찬성, 1명이 반대, 기권은 4명이었다.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서대구와 광주 송정을 잇는 달빛철도는 총길이 198.8㎞로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총사업비는 2년 전 기준으로 6조429억원(단선)에서 8조7110억원(복선)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특별법에는 '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영·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뜻을 모은 셈이다.

기재부 내부에선 국회에 의견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행정부의 역할을 다했다는 입장과 예타 제도 형해화에 대한 우려가 공존했다. 당초 기재부는 국회 상임위 논의에서부터 다른 지역이나 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예타 면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 면제가 예외적인 경우니까 규정대로 예타를 거치고 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통상 기재부는 특별법 추진에 있어 반대하는 입장인데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귀속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처리가 논의 중인 지난 25일 오후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비슷한 사업이 언제든 정치권의 요구에 의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단 점도 우려 요인이다.

달빛철도 사업은 2021년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B/C) 수치가 0.483에 그쳤다. B/C값이 1.0보다 낮으면 편익보다 비용이 많이 든단 뜻이다.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한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B/C는 0.51~0.58이었으며, 그나마 대구경북 신공항은 1.032로 기준치를 겨우 넘겼다.

다른 관계자는 "예타는 경제성, 정책타당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함께 보기 때문에 B/C가 1 이상인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예타 면제가) 다른 지역이나 철도 외 다른 사업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달빛철도 사업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담긴 신규 노선 44개 중 하나다. 다른 철도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요구가 쏟아질 수 있는 배경이다.

다만 사업 착수까진 아직 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법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예컨대 단선인지 복선인지 여부에 따라서도 향후 사업비가 2~3배까지 달라질 수 있다"라며 "또 재정사업으로 할 것인지 민자사업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투입되는 재정도 달라서 현재 통과된 특별법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