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L에 3000원 넘는 국산 우유 입지 '흔들'…멸균우유 수입 9년 새 134배로

작년 멸균우유 3.7만톤 수입…국산 우유 대비 절반 가격 수준
업소는 물론, 편의점에도 진출…올해 원유가는 동결 유력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에 우유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2024.1.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흰우유 1L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서며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저렴한 가격, 장기간 보관 등의 장점을 지닌 멸균우유의 수입량이 늘며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산 흰우유 가격은 L당 3079원으로 전년(2796원) 대비 10.1%, 평년(2603원)보다 18.2% 각각 올랐다.

2020년 L당 2590원이던 우유는 2021년 2597원, 2022년 2702원에서 최근 3000원을 넘어서며 3년 새 18.8% 올랐다.

원유가격이 지난해 10월1일부터 L당 88원 오르며 유업계는 잇따라 흰우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흰우유용 원유 가격은 L당 1084원으로,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L당 300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흰우유 가격이 치솟자, 멸균우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외국산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3만7407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275톤에 불과했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하며 9년 만에 134배 커졌다.

가장 많이 수입되는 폴란드산 멸균우유의 L당 평균 수입단가는 0.8달러로 관세(6.7%)를 적용한 국내 도착가격은 120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산 흰우유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가정뿐 아니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가격은 절반도 되지 않는데, 소비기한은 45~50일가량으로 길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멸균우유를 잇달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CU는 폴란드에서 생산된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 2종을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값싼 멸균우유로 인해 국산 우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국산 우유의 아성을 넘어뜨릴 수는 없지만 규모가 지속해서 커지면서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우유 가격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이 매년 5월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를 보고 변동 폭이 ±4% 이상이면 협상을 통해 그해 원유 가격을 조정한다. 하지만 올해는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우유가격은 유지될 전망"이라며 "멸균우유 수입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