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사장도 예외 없다…전국 50인 미만 83.7만 사업장 중처법 대상

여야, '2년 유예' 개정안 합의 불발에 국회 본회의 상정도 무산
27일부터 확대·시행…5인 이상 사업장 사업주도 안전 책임 강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오는 27일부터 '50인(50억원)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적용된다. 법 시행에 대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적용 유예' 개정안 결국 불발…27일 예정대로 법 시행

25일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이틀 앞두고 열린 법 시행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도 여야는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개정안 처리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예방 예산 2조원(현재 1조2000억원) 확보'를 요구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앞선 야당의 조건을 수용했음에도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수용 거부 입장으로 맞섰다.

개정안 처리 요구 조건으로 민주당은 처음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뒤 더 유예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의 약속을 내건 바 있다.

이후 당정은 지난달 27일 올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50인 미만 중처법 적용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중앙회) 등도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 "유예기간 2년 연장 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이전의 것'을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에서도 법이 적용된다. 2024.1.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 83.7만개 적용 대상…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결국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예정대로 오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적용을 받게 됐다.

고용부는 이번 법 시행으로 새로 중처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50인 미만(5~49인 미만)' 사업장 수를 전국 83만7000개소로 추산했다.

이들 사업장도 27일부터는 기본적인 중처법의 내용대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다. 시행령에 규정한 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해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는 등의 내용이다.

실례로 동네 빵집 사업주라면 반죽기계 등의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다만 대부분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이미 규정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처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예방에 대한 의무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가령 위험성평가의 경우 산안법엔 처벌 규정이 없었지만, 중대재해법 이후 위험성평가를 소홀히 한 탓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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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혼란 불가피…늘어날 행정수요에 관리·감독 행정인프라도 '부담'

법 시행 시기에 대한 다툼이 컸던 사안인 만큼 현장에선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전히 중소기업계에서는 준비 부족 상태에서 중처법이 전면 시행돼 영세사업장의 사업주가 처벌을 받으면, 업체는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됐다고는 하지만,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의 법 수용성도 문제다. 모호한 법 규정 탓에 대기업조차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들의 혼란은 더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을 내 "중처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영자 처벌(1년 이상 징역)을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나, 대기업조차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산업현장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법률"이라며 "국회는 하루속히 법 적용 유예 연장방안과 산재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기존 중처법 적용 범주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들어오면서 법을 집행해야 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부담도 배가 됐다.

이정식 고용부장관은 전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입법촉구'를 호소하는 브리핑에서 "조직·인력 등 한정된 인프라 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2배 이상 급증할 경우 고용노동부의 행정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다시 브리핑에 나선 이 장관은 관련 질의를 받고 "지금 현재도 우리가 중대재해 수사를 위한 감독관이 100명이 정원인데, 133명으로 정원을 오버해서 활용을 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부족한 인력, 부족한 예산이지만 어떻게 하겠느냐"고 거듭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추가적용유예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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