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시행령서도 1조 육박 감세 택한 정부…밀려난 '건전재정'

세법개정안 후속 시행령으로 최대 2000억 추가 세수감 전망
금투세 폐지 방침 등 현실화되면 내년 건전재정도 물 건너갈 듯

ⓒ News1 DB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연일 감세 정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내세우던 건전재정 기조와 어긋나는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선심성 대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2023년 세법개정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결혼·출산 시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고 월세 세액공제 한도를 연간 1000만원까지 늘리는 등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시행령 조정 절차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부터 이번 시행령 개정까지 모두 포함해 올해 약 8500억~9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세법개정안 시행에 따라 정부가 예상한 세수감소는 7546억원 수준이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 과정에서 기존 세법 개정안에 없던 세제 혜택이 추가돼 1000억~2000억원가량이 추가 소요되는 셈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국내 모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해외 자회사에 파견한 임직원의 급여에 대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손금으로 인정 △근로자파견 용역이나 인력공급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 등의 내용이 새로 담겼다.

이외 다자녀 가구를 위해선 자녀가 취학이나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도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면세하고, 농·어민의 세금 부담 경감을 위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거나, 사후 환급이 되는 농민들의 기자재 종류(농작업 대행 혹은 임대용 농산물건조기·선별기·정선기)를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 새 각종 감세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4일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15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17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및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 등 굵직한 감세 정책을 쉴 새 없이 발표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의 연이은 감세 정책 발표는 국민·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세수를 증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정부의 자본시장 관련 세제 지원이나 민생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 규모는 세수에 부담이 될 규모는 아니다"라며 "효과도 몇 년에 걸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활성을 통해 오히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춰주면 투자가 늘고, 고용이 증가하고 이는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소득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그간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거세다.

기재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조5000억원 이상 늘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상 적자 비율 한계인 3.0%를 넘기게 된다. 금투세 폐지(내년 세수감소 8000억원)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1조5000억원), ISA 세제 혜택 확대(2000억~3000억원)의 세수감소 규모만 2조5000억원 이상이어서, 정부안이 실현되면 내년 적자비율도 재정준칙 기준을 넘길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정부 방침은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언급한 상속세 개편이 가시화될 경우 세수가 더욱 줄어 재정이 입는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세로 수입이 줄면 복지 등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