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이대로 물 건너 가나…25일 분수령

중처법 유예 법안, 법 시행 이틀 앞둔 25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
여야 협상은 결렬… 뾰족한 수 없는 고용부, 지원책 골몰

정의당과 민주노총, 생명안전행동 등 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50인(50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오는 27일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적용 유예를 둘러싼 여야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데다, 법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애만 태우는 상황이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유예 적용에 대한 가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법 시행(27일) 전 마지막 열리는 본회의로, 이번에도 '적용 유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은 예정대로 시행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유예 여부는 정부여당과 경영계, 야당과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 추가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영세사업장에서의 산재 발생률이 더 높다는 이유를 들며, 예정된 법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도 여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 건과 관련해 협상 여지를 남기는 등 논의를 진행해왔다.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뒤 더 유예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의 약속이 있다면 조건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당정은 지난달 27일 50인 미만 중처법 적용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올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중앙회) 등도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 "유예기간 2년 연장 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히지만 민주당은 경영계의 약속에 대해서는 평가하면서도,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수용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예방 예산 2조원(현재 1조2000억원) 확보'를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번에는 국힘이 받지 않았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과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표들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3.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애초 무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2가지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리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추가로 요구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정부조직 효율화·슬림화 기조에 따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며 중대재해 예방의 필수적인 조건도 아니다"면서 "정부 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1조2000억원의 산재예방 사업예산을 2조원으로 늘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여야 협상이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적용 유예'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법 시행 전 마지막으로 예정된 25일 국회 본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행정부에서는 법에 따라 집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영세중소업계의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에서 마지막까지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고용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을 앞두고 지난 15일 인천 서구 지식산업센터에서 마련한 민생현장 간담회에서는 '적용 유예'를 호소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건의가 잇따랐다.

한 표면처리업체 대표는 "중처법 확대 적용이 임박했는데 논의조차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라며 "소규모 뿌리산업기업의 어려움을 살펴달라"고 토로했다.

전기공사업체 한 관계자도 "제조업과 달리 짧은 공기 내에 바쁘게 돌아가는 소규모 공사장에서 대기업도 지키기 쉽지 않은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중처법 확대 시행에 대비해 지난 2년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교육 등을 지원해 왔지만,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여곳 중 지원업체 수는 53.8%인 45만곳에 그쳤다.

노동계에서는 '예정된 법 집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 양대노총과 국회 환노위 민주당·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22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의 '적용 유예' 개정안 폐기를 외칠 계획이다.

중처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미만)'에 대한 법 시행은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둬 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