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한국 수출시장…한은 "10대 교역국 수입 3.3% 증가 그쳐"

장기적 관점 세계교역 먹구름…"분절화 위험 대응해야"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입 수요가 1년 전보다 3%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출이 IT 업황 반등에 따라 개선된다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한국은행이 18일 펴낸 '팬데믹 이후 글로벌 성장·교역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입 수요는 지난해 전년비 -0.6% 감소했으나 올해는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기준으로 연구진이 자체 추산한 결과다. 한국 수출 상위 10개 국가·권역의 수입 증감율을 우리 수출 비중으로 가중 평균한 값이다.

이들 상위 10개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6%로 거의 80%에 달했다.

박세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입 수요 증가율이 상당 폭 상승할 것으로 보여 올해 수출 개선 전망을 뒷받침한다"며 "글로벌 수요 지표인 세계성장(0.56), 세계교역(0.72)에 비해 우리와의 교역 비중을 고려한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입 수요 증감률이 우리 수출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0.84)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 경제는 세계 교역이 완만한 회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IT 경기 반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산업정책(첨단산업·친환경투자) 추진과 함께 그간 고금리 영향으로 이연됐던 글로벌 투자가 회복되는 데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개선에 따른 성장 확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 베트남과 같이 IT 중심의 수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제공)

다만 더욱 긴 시계에서는 먹구름이 낀 상태다.

보고서는 "향후 수년간의 중기 시계에서의 세계교역은 대체로 세계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다소 하회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AI 산업 등 신규 투자 수요를 비롯한 국가 간 교역의 상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성장세 약화, 글로벌 분절화 지속 등이 세계교역에 구조적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VAR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세계 교역이 둔화한 원인은 대략적으로 통화 긴축이 29%, 달러화 강세가 18%, 미중분쟁 등의 글로벌 분절이 25%를 차지했다.

이에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은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며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수출 전망을 밝게 하나 AI 등 첨단기술 주도권 경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심화, 친환경 전환과정에서 주력 수출품에 대한 수요 감소 가능성 등 하방 위험도 잠재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경제의 수출 경쟁력과 성장 경로는 이러한 글로벌 분절화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기술혁신, 친환경 경제 이행에 달렸다"고 제언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