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릴 때 집 사자" 대출행진…가계 여윳돈 2.1조원 ↓
작년 3분기 자금순환…주택매매에 가계 순자금운용 감소
가계 금융자산 5.6조 줄었지만 금융부채 16.9조원 늘어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해 3분기 주택 매매가 지속되면서 가계의 여윳돈에 해당하는 순자금운용 규모가 한 분기 새 2조원 넘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자금순환 잠정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분기(3.6조원)보다 14조3000억원 증가한 1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26조5000억원으로 전분기(28.6조원)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제외한 값으로, 빌린 돈을 빼고 순수하게 예금·주식·펀드·연금 등의 금융자산으로 굴린 돈을 뜻한다.
가계의 여윳돈에 해당하는 순자금운용이 이같이 작은 규모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 중이던 2021년 3분기(20.3조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완화된 대출 규제에 따른 주택 매매 증가 지속 등으로 여유자금이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가계가 빌린 돈(자금조달)이 주택 구입 관련 자금 등 대출 수요로 인한 장기대출금을 중심으로 증가(15.8조→17조원)했다.
가계가 굴린 돈(자금운용)은 소폭 감소(44.4조→43.5조원)했다.
한은은 "주가 상승 기대에 따른 개인의 매수 확대로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이 늘었으나 여유자금 감소로 인해 금융기관 예치금과 채권을 중심으로 가계 자금운용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507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5조6000억원 감소한 반면 금융부채는 2303조9000억원으로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가계의 순금융자산은 전분기보다 22조5000억원 감소한 276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0배로 전분기 말(2.22배)과 비교해 약간 하락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예금(45.0%), 보험 및 연금준비금(26.8%),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1.7%) 순으로 나타났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2.1% → 21.7%)와 보험 및 연금준비금(27.0% → 26.8%) 비중이 하락했고 예금(44.5% → 45.0%)은 상승했다.
기업에 해당하는 비금융법인은 순조달 규모가 33조4000억원으로 전분기(-21.1조원)보다 12조3000억원 확대됐다.
유가 상승과 추석 상여금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순이익 감소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금융기관 차입 증가에도 주식 발행, 상거래신용 등이 감소하면서 순상환으로 전환(98.1조→-16.7조원)했고 기업의 자금운용은 운전자금 지출을 위한 금융기관 예치금 감소와 상거래신용 감소에 따라 순취득에서 순처분으로 전환(76.9→-50.1조원)했다.
일반정부는 전분기 순조달(-8.7조원)에서 3분기 순운용(7.1조원)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자금을 끌어다 쓰는 주체에서 자금을 굴리는 주체로 바뀐 셈이다.
한은은 "정부의 자금조달이 국채 발행 감소와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규모 확대로 인해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외 부문에서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순조달 규모가 17조9000억원으로 전분기(-3.6조원)보다 14조3000억원 확대됐다. 국외 부문의 자금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자금조달 증가는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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