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제]③기지개 편 반도체, 車 질주 호재…美-中갈등·공급망·유가 변수
'반도체 반등' 수출확대 낙관 전망多…리오프닝 中 경기회복 기대감
오락가락 유가 변동성 커…美대선·中수출통제 등 공급망 리스크 지속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작년 바닥을 찍은 반도체의 가격 상승 추세가 뚜렷해 올해 우리나라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IT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중국 경기가 올해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한 자동차 역시 당분간 호조세가 예상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과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통제로 맞불을 놓고 있는 중국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동향 역시 언제든 돌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바닥찍은 반도체, 수출전망 '청신호'…기관들 "수출 완만한 회복세" 전망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6326억9000만달러로 99억7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두 해 연속 무역수지 적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까지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상반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부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며 반등 조짐을 보여온 반도체 수출은 12월에는 2023년 연간 최대 실적인 110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거래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여 올 상반기 전망이 밝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6.45% 상승한 1.65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12월 고정거래가격 역시 전월보다 6.02% 오른 평균 4.33달러를 보였다.
감산 효과 및 재고 소진에 따른 수요 증가, IT업 및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 등 호재가 많아 향후 가격 전망도 호의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PC용 D램 제품 계약가격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10~1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서도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는 16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도체의 부진을 대신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을 지탱한 자동차산업은 올해도 선전이 기대된다. 8년만에 100만대를 재돌파한 자동차 수출은 소형·저가·승용 중심에서 중대형·SUV·친환경 차종으로 체질변화를 이뤄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09억달러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인 2022년 541억달러를 30% 이상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00만대를 팔아치운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와 고급차 판매량이 약진하며 내실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란 업계 전망은 국내외 연구기관과 국제기구, 증권업계도 동의한다. 내수는 고물가과 고금리 영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수출 실적은 낙관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수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2024년 IT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엇갈린 글로벌경기 전망, 출렁이는 유가…미중 패권경쟁·공급망 리스크 상시화
현 시점 우리나라 올해 수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내외적 돌출 변수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급망 이슈가 지속되며 우리 수출산업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 금융·투자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더해지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OPEC+의 감산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시장 가격은 반대로 움직였고, 오히려 배럴당 80달러선을 하회하며 현재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제 역학관계 및 세계경기 흐름에 따라 언제든 에너지가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의 경기회복 전망은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 확대에 긍정적이란 분석이 많지만, 국제유가 등 에너지수요 증가로 이어져 다른 수출산업과 무역수지에 반작용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현재의 국제유가 안정세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예측 때문이라며 중국 경기회복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관측도 제각각이어서 에너지가격 동향의 유동성은 언제든 우리 수출에 암초로 돌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우 사장은 로이터에 "2024년으로 접어들면서 지정학적 사건과 분쟁이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유가)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이에 따른 공급망 불안 역시 올해 우리 수출산업의 불투명성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구체적 규정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고, 우리 업계 입장도 일부 관철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선 IRA 지원금 규모가 대폭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공화당 정권교체시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중국발 공급망 불안은 갈수록 점증, 상시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희토류와 흑연, 요소수 등 중국 정부의 수출통제 조치가 잇따랐지만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희토류와 흑연은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핵심 품목이어서 우려가 더욱 크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어려웠던 2023년의 통상 환경 변수들이 2024년에도 유효한 가운데 전쟁·정치 등 지정학적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무역 수지도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마주할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위기 등 어려운 대외여건"이라고 진단하면서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을 최선두에서 이끄는 핵심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범정부 정책역량을 총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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