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제]②물가 5.1%→3.6%→올해 2%대 전망…높은 체감물가는 지속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3.6% 상승…정부 전망치 훌쩍 상회
올해 2%대 중반 관측…"고인플레 아니라도 고물가 지속될 것"

2년 연속 물가 상승률이 3% 넘는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2023.12.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물가는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단연 손꼽히는 화두였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물가책임관'을 신설하는 등 범부처를 투입해 특별 안정체계를 가동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결국 정부의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를 마주한 채 해를 넘겼다.

새해는 지난해보단 상황이 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물가 상승을 견인한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국제유가 상승 등도 상방 요인이다.

특히 물가 상승률 자체는 둔화하더라도 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만큼 서민들이 이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인플레'(높은 물가 상승률)는 아니더라도 '고물가'는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100)로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재작년(5.1%)보단 낮지만 여전히 3%대의 높은 상승률이다.

예년과 비교해도 높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2015년 0.7%, 2016년 1.0%,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 2020년 0.5%, 2021년 2.5% 등이었다. 장기간 지속된 0~1%대 상승률이 코로나19 이후 저금리·글로벌 경기 회복 등과 맞물리면서 치솟은 것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의 기여가 컸다. 전기료와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는 전년보다 20.0% 올랐다. 관련 항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폭이었다.

이렇다 보니 당초 정부의 연간 전망치도 크게 빗나갔다. 기획재정부는 재작년 12월 '2023년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0.2%포인트(p) 낮은 3.3%로 수정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9일 열린 브리핑에서 당초 전망을 상회한 이유에 대해 "7월 초에 전망을 발표했는데 그때 상황보다 8~10월 가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며 "집중 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뛴 부분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흐름이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한 FOMC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금리 인상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게 한다. 다음 문제는 금리 인하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2023.12.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올해는 지난해보단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2.6%(상반기 3.0%·하반기 2.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2.4%), 아시아개발은행(ADB·2.5%) 등 주요 대외 기관의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기재부도 이번 주 있을 '2024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엇비슷한 수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올해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상방 요인이 벌써 적잖다. 정부는 올 1분기 에너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으나, 한전·가스공사 등의 재무 악화를 고려하면 남은 2~4분기 추가 인상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물가 측면에선 악재다. 한은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업계에선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유가 변동성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경유 값은 물론 수출·수입품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쳐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인하할 경우 국제유가가 예상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석유는 금과 같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는 대표적인 실물로 분류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인플레가 올해는 2%대로 낮아지겠지만 이미 2000원 하던 것이 3000원으로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 번 오른 물가는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물가 수준은 높다는 의미의 고물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