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제]①경기침체 터널 빠져나오나…"高물가·금리가 여전히 발목"
한은·KDI 등 올해 2%대 초반 성장 전망…민간선 1%대 전망 多
수출 늘지만 내수 얼어붙을 전망…"체감 경기 더 어려울지도"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지난해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와 수출 부진에 허덕이며 둔화 터널을 지나왔지만,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온기가 돌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경제도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수출에선 회복세가 나타나겠지만 고금리와 고물가가 계속해서 소비를 제약하는 탓에 2%대 성장률 달성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많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1%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가 2.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민간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JP모건(1.8%)과 씨티그룹(1.7%)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비롯해 LG경영연구원 역시 올해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과 IMF가 예상하는 2%대 초반 성장률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올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줄을 잇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전망에는 올해에도 고물가와 고금리가 소비를 제약해 우리 경제가 둔화 터널을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정부의 3.3% 전망을 훌쩍 상회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예상을 벗어나 일시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당초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 수렴시기도 올해 말까지 밀렸다.
농산물과 외식, 가공식품 등의 견고한 오름세를 감안하면 올해 상당 기간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초부터 기준금리가 3.50%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고금리 또한 올해 우리 경제를 움츠러들게 하는 요소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2월~11월에 걸쳐 7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라고 조건을 달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경영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높은 물가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늘어난 재고 부담으로 기업 설비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민간소비 증가율이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회복세가 그나마 우리 경제에 위안을 주고 있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치는 490억달러로, 지난해 전망인 300억달러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허덕였던 2020년(759억달러)과 2021년(883억달러)에 한참 못 미쳐 뚜렷한 회복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작년보다 오르긴 하겠지만 이는 지난해 낮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일 것"이라며 "고금리가 오래 지속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체감하는 경기가 작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2%대 성장률을 견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출예산 550조원의 75%인 412조5000억원을 상반기에 배정해 신속 집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발표될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소비 진작 대책이 상당수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을 적재적소에 잘 써서 서민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소비 진작을 위해 세금을 인하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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