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카카오 제재 늦어"…'지배적 플랫폼' 사전지정해 독과점 규제한다(종합2보)

한기정 공정위원장, 국무회의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방안 보고
"플랫폼 시장, 독과점화 빠르게 진행…소비자·소상공인 피해 이어질 수 있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부 대형 플랫폼을 미리 '지배적 사업자'로 선정해놓고, 위반 행위가 발생할 시 신속하게 규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일부 플랫폼을 겨냥해 "독과점 이론에도 나오는 것인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또 계속 (소비자를) 유입시켜서 시장을 장악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 독일에서는 경쟁제한방지법 개정을 통해 대응 입법을 완료한 상황이다.

이날 공정위는 구글과 카카오를 독과점의 예로 들었다.

앞서 구글은 자신과 거래하는 게임사들이 경쟁 서비스인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공정위는 구글에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지만, 이미 원스토어의 경쟁력은 크게 위축됐고, 구글 독점력은 강화(점유율 약 80%→90%)됐다.

카카오의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앞세워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본인들의 가맹택시를 우대했다. 공정위가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섰지만, 경쟁사들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시장점유율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인해 독과점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쉽게 시정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소규모 플랫폼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반칙행위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공고히 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칙행위로 인해 경쟁 플랫폼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소비자 가격이나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와 소상공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2022.8.1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에 공정위는 제정안에서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시장에 큰 지배력을 행사하는 플랫폼들이 주요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금지)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통해 "현행 규정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걸린다"며 "위반 행위가 발생했는데, 이를 장시간 두면 (독과점이) 고착화돼서, 그다음에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해놓고, 경험상 당연히 위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행위 유형들만 특정화한다"며 "그러면 법 집행 시간이 만약에 2년, 5년 걸리던 것이 반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기업에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그리고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보장할 예정이다.

또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칙행위를 했음에도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 이외에는 시정명령, 과징금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국무회의 보고내용 등을 바탕으로 제정안 마련·발의를 위해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조 부위원장은 "부처협의 과정을 거치고 당정협의도 해야 한다"며 "지금 출발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