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숨은 공신'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아시아 최고' 초고압·화재·폭발·방호시험 종합 연구·실증 기관
첨단산업 R&D·상용화 뒷받침…軍 방호 시설·제품 실증도 도맡아
- 심언기 기자
(강원 영월=뉴스1) 심언기 기자 = 2010년 행당동에서 CNG버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목절단 등 1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원인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CNG용기 폭발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기술도, 시설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화재·폭발 재현을 통한 가스사고 원인 규명 및 예방대책 마련을 위해 2016년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안센터)를 설립했다.
선진 연구개발 및 실증 체계를 따라잡기 위해 에안센터는 가스 용기·부품에 대한 시험·분석을 넘어 △초고압시험 △화재·폭발시험 △방호시험 등을 총괄하는 종합 시험인증 기관 임무를 수행 중이다. 에안센터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일대 13만㎡ 규모 부지에 연구개발, 실증시험, 인증, 상용화 및 제도화를 원스톱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설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 수소충전소 밸브 공인인증기관…'아시아 최고' 시험·실증 인프라
종합 실증기관으로 출범한 에안센터와 유사한 기관은 전세계적으로도 △캐나다 Powertech △일본 JARI △일본 Hy-TReC △독일 BAM △스위스 SPIEZ 등 5개에 불과하다. 이들 기관은 △초고압분야 시험·인증 △전기차, 수소·이차전지 초고압 용기·부품 △가스·분진·화재폭발 △화생방 등 각 분야 시험인증에선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그러나 에너지 안전 관련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시험·인증이 가능한 기관은 지난 8일 방문한 에안센터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다.
에안센터는 연구동 1개와 9개의 시험동으로 구축돼 초고압 용기·부품 시험설비 등 123종 147점의 시험장비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ISO 19880-3 국제표준에 대한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으며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아시아에서는 가장 공신력 있는 시험인증 기관으로 탄탄한 위상을 다져나가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특화분야는 오랜 역사와 전통, 연구실증 실적을 가진 해외 기관에 뒤질 수 있지만, 모든 분야의 시험과 인증이 가능한 것은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가 유일하다"며 "아시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최근에는 방호 제품의 시험·인증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며 사업 영역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안센터는 △연구개발(R&D) △시험인증 △사고예방 △기업 지원 기능 △우수인력 육성 등 5대 주요기능을 토대로 한다. 아울러 △가스안전기준 연구개발 △KGS Code의 국제표준화 △초저온 대용량 부품 시험인증 △법정검사 수행 △수소·CNG·HCNG 자동차 용기 및 부품 인증 △중소기업 시장진출 활성화를 위한 제품개발 및 수출 지원 △가스사고 및 환류강화를 위한 화재폭발 재현시험 기능강화 △가스안전 산업육성 지원 등 8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본연의 초고압 제품 실증시험 및 연구로서 에안센터는 수소자동차 및 충전소 용기·부품 등 성능시험을 진행하며 국산화 개발 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 등 관련 수소생태계 확장으로 민간 기업들의 실증시험 요청이 쇄도해 밤낮을 잊은 시험·인증이 몇 개월씩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에안센터는 24시간 밸브 공인시험 시스템을 구축해 수소충전소 밸브 인증을 기존 6개월에서 2~3개월로 절반 이상 단축했다. 시험대기시간 단축을 위해 시험설비를 개선해 동시시험이 가능한 시스템도 보강하는 한편, 수소충전소용 밸브 시험 비용을 3년간 50% 감면해 업계의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음성에 '수소버스·충전소 부품 시험평가센터'를 준공해 그간 국내에서 안전성 확인시험이 불가능했던 수소버스 등 대형 상용차 부품 용기에 대한 국내 시험이 가능한 환경도 갖추게 됐다.
◇수소 용기·용품 시험·실증 신뢰도 국제적 인정…軍 방호시설 실증도 전담
수소용기 등 초고압·초저온 부품의 화염노출 시험과 가스 화재·폭발 실증시험이 이뤄지는 연소시험동은 이중삼중의 안전장비를 갖춰 안전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TNT 15kg의 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 1.2m 두께의 벽은 1.8m 두께의 원전을 논외로 한다면 최고 수준의 안전도를 자랑한다. 급기 및 제연·소음설비 설계로 시험 후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완벽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용기, 배관 및 안전밸브 누출 등 다양한 형태의 분출 시험을 진행하는 야외종합시험장은 최첨단 장비를 갖춰 시험·인증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였다. 지난 8일 이뤄진 수소제트 화염시험 시연에서는 시각적으로는 확인 불가능한 수소 연소가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선명히 잡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최첨단 카메라와 센서를 갖춘 덕분에 연소 조건에 따른 분출 형태·거리 측정이 가능,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시험·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방호인증시험동도 분주하게 가동 중이다. 화생방 방호설비의 제품인증(KAS) 및 성능시험(KOLAS)을 수행하며 우리 군의 TNT 폭발 실증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에안센터가 도맡고 있다.
에안센터는 방호시설 내에 설치되는 방폭문 등 주요 7개 방호제품의 구조 및 성능 이상 유무를 검증하고 방호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군의 요구성능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추가 시설 확보·개선도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설비안전 및 시설보호를 위해 민간 업체들의 방호시험 의뢰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가의 장비가 밀집해있는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유사 4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폭문 등의 실증시험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에안센터는 올 한해에만 초고압·화재폭발 실증시험 22건, 방호 시험인증 12건 등 34건의 실증시험 및 시험인증 실적을 기록 중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장성수 센터장은 "정부정책으로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여 기가 보급될 예정"이라며 "도심지 내 수소충전소 보급·촉진 지원을 위해 피해경감시설인 방호벽에 대한 실증시험·연구와 방호기술을 축적시켜 선도해 나감으로써 수소충전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해소와 시설 안전 확보를 통해 대국민 수용성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분야 외에도 초고압·화재폭발·방호분야에 대한 정부 및 산업계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 및 국책 연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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