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범벅 폐광수, 수달이 목 축이는 청정수로"…'폐광지에 새살' 광해사업
[르포]함태탄광 광해사업 현장…"후손 위해 산업화 부채 외면 말아야"
'폐광지 경제활성화 숙명' 강원랜드…"국부유출 막고 관광활성화 새 과제"
- 심언기 기자
(태백·정선=뉴스1) 심언기 기자 = 한때 우리나라 산업발전 원동력으로 기여한 탄광 개발은 1980년대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석탄에서 석유로의 주에너지원 전환은 국민소득 증가로 채산성이 떨어지고 산업 시설이 고도화함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현재 남아있는 탄광은 불과 3곳인데 이마저도 폐광이 머지않았다.
'광해(鑛害)'는 광물의 채굴로 인한 지표의 침하, 갱내수나 폐수 방류 등의 환경적·인적 피해를 일컫는다. 석탄 등 광물을 채굴하면서 빈 공간을 지하수가 채우고, 광물이 녹아든 지하수가 지표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각종 오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산업발전의 그림자인 광산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등 문제 처리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이다. 환경 문제뿐 아니라 폐광으로 인해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 부흥 등 사회적 부작용 해결과 광물자원 관련 제반 업무까지 담당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운영 중인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과 더불어 폐광지 지역경제 활력과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심혈을 쏟고 있는 강원랜드를 지난 7~8일 이틀간 돌아봤다.
◇낙동강까지 흘러갈 갱내수 정화…141개 오염광산 수질정화 과제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함태탄광은 1954년부터 1993년까지 40년간 1800만톤의 최상질 무연탄을 채굴한 국내에서 손꼽혔던 탄광이다. 지난 7일 방문한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은 탄광개발의 빛에 가려졌던 중금속 함유 갱내수의 처리를 위해 함태탄광과 2km가량 떨어진 지역에 둥지를 틀고 2004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함태탄광부터 끌어온 갱내수는 투명한 맑은 물로 보이지만 철과 망간 성분이 다량 녹아있다. 최초 유입수는 12월6일 측정치 기준 철 25.4ppm, 망간 3.60ppm으로 배출허용 기준치인 2ppm을 크게 웃돈다. 하천에 유입되면 낙동강까지 흘러들어가 중금속 오염을 초래한다.
정화시설은 함태탄광 갱내수를 끌어오는데 이렇게 유입된 갱내수는 폭기조와 pH조정조, 응집조, 침전조, 여과조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다. 산소를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폭기조와 망간을 분리하기 위한 pH조정조를 거치면서 물에 녹아있던 철과 망간 성분은 입자 형태로 변해 침전된다. 물 위에 뜬 부유물질까지 걸러내면 방류 시점의 철 농도는 0.01ppm, 망간은 0.04ppm까지 떨어지며 최상급 수질로 탈바꿈한다.
최종 방류수의 중금속 수치는 일반 하천보다도 깨끗한 수준으로, 미생물 기준을 번외로 한다면 1급수 이상의 청정수에 해당한다. 정화시설 사무실에는 방류수로 채운 수조에 두 마리의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만큼 수질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2021년에는 1급수에서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보호종 수달이 찾아와 며칠간 시설 인근에 머무르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시설을 총괄 관리하는 엠제이테크 박용훈 소장은 "정화시설을 거친 방류수는 일반 하천의 수질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한다"며 "방류수의 경우 미생물 기준을 별도로 측정하지 않아 음용이 금지된 규정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마셔서 수질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질정화 과정에서 철과 망간을 걸러내며 나온 슬러지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폐기물법상 진흙 형태의 슬러지는 매립해야 하지만, 인근 시멘트 공장과 협업을 통해 부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리사이클링의 모범 사례인 셈이다.
다만 광해 사업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광해광업공단은 현재 전국 305개 광산 505개 지점에서 모니터링 중인데 실태조사 결과 2022년 기준 189개 광산에서 오염이 확인됐다. 그중 48개 광산 59개 시설에 정화시설이 설치돼 오염수를 처리 중이지만 141개 광산 167개 발생지점에서는 아직 정화시설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 탓이다.
국토가 넓은 해외 자원부국의 경우 광해 지역 전반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해 자연정화되길 기다리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토면적이 좁아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인위적 정화시설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광해에 대한 높은 인식·관심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광해 대응 우수국가로 꼽히지만, 더욱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광해사업을 통해 자연훼손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관계자는 "석탄자원은 산업화로 가기 위한 기저자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석유나 가스를 수입할 경제적 여건이 안되는 국가도 그러하다. 경제발전·산업화를 달성하면서 환경적·사회적 부채이기도 하다"며 "산업과 에너지의 전환 속에서 개발과 보존의 균형,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다. 관심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광해 사업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강원랜드 막히니 온라인 불법도박 '음지화'…"국부유출·관광활성화 과제"
강원랜드는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설립된 이후 다양한 지역부흥 및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카지노 사업과 하이원 리조트 및 레저 사업을 주력 업종으로 강원 삼척·정선 지역경제를 떠받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36.2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배당 등을 통해 광해 사업도 우회 지원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내국인 대상 카지노 사업은 사행성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세간의 부정적 인식이 크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의 강력한 관리·통제하에 다양한 도박중독 예방 노력을 전개하며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에 노력하고 있는 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강원랜드는 최근 1년 출입일수를 통제하기 원하는 고객에게 1일 축소당 5만~5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출입일수 영구선택 제도'와 2개월 연속 15일 출입고객을 대상으로 1개월~영구 출입을 제한하는 '냉각기 제도', 자발적 출입제한 고객 대상 '귀가·긴급 지원비' 및 '출입일수 자기통제 제도' 등 다양한 도박중독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개장 초기 '도박 중독자 소굴'이란 부정적 시각도 많이 희석돼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도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강원랜드 한 관계자는 "중독이 심각한 이들이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제는 게임문화가 상당히 많이 정착된 편"이라며 "음주 취객 등은 강력히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코로나19 기간 강원랜드 출입이 통제되면서 건전한 게임문화를 즐기던 이들이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로 옮겨간 것이 더욱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소한의 통제 장치가 없고 사채 등과 연결된 악성 도박사이트가 횡행으로 오히려 도박중독자 양성 및 음지화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강원랜드 사업의 한 축인 레저 분야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폐광지역 공헌사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레저와 리조트 사업 인력 채용이 현지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지역민들에게는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 취업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하이원 스키장의 경우 제설용수처리장에서 정화한 갱내수를 사용한다. 지난해 스키장 슬로프 제설용수로 사용되는 2차 처리수 17만918톤, 그랜드호텔 수영장 용수와 워터월드 수영장 용수로 사용되는 3차 처리수 22만8892톤을 생산해 공급하며 리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8일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의 경우 겨울철 스키 시즌에는 일 4500톤의 용수처리수를 생산해 공급받는다. 연간 스키장 제설용수로 총 66만여 톤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강원랜드는 △교육장학 △나눔문화 △지역행사 △지역경제활성화 △지역복지 강화 △취약계층 사회복귀 △행위중독예방치유 △산림교육·치유 등 사회공헌 사업에 지난해에만 235억원을 사용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사회공헌 사업액은 3639억원에 달한다.
강원랜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철규 부사장은 "폐광지의 경제활성화는 우리의 숙명적인 목적"이라며 "이와 더불어 국부유출을 막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관광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가 더 생겼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