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연내 입국 어려울 듯…업무범위 두고 이견

필리핀 정부와 업무범위 등 협상 길어져…비용 책정도 '난항'
연내 시행 예정이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연기 불가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즉각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연내 서울지역에 필리핀 가사근로자 100명을 시범도입 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내년 이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송출국인 필리핀 정부와의 인력 도입 협상이 길어지면서 우선 도입하려던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연내 입국이 불투명해졌다.

필리핀 정부는 가사관리사가 집안일을 제외한 육아만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서로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송출국인 필리핀 정부와 100명의 가사관리사 국내 도입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고용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계획안'에 따른 것으로, 애초 정부는 10월까지 가사관리사 알선 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1월중 비자발급을 거쳐 연내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입국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필리핀 당국과의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간 쟁점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업무범위다. 송출국인 필리핀 정부는 가사관리사의 경우 집안일을 제외한 육아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만, 우리 정부는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필리핀 당국과의 협상도 문제지만, 내부적으로도 줄곧 제기됐던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급여를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야 할지 아직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으로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에 차별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은 불가피한 상태라고 공언했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 월환산액은 200만원 정도다.

이 경우 서민 맞벌이 부부 지원을 위한 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다며, 실효성을 따져 묻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상 비용부담 측면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는 (이용료가) 월 200만원 정도인데, 100만원 정도가 되어야 정책 효과가 좋겠다는 의견"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서울의 물가가 비싸서 월 100만원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이) 생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이들이 입주를 해 숙식이 해결되면 월 이용료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월 100만원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 복지관련 관계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절반의 비용(100만원)을 복지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와) 협상이 약간 늦어져 물리적으로 연내 필리핀 인력들이 입국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최종 협상안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물리적인 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일 뿐 사업자체가 무산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애초 시범사업 발표를 할 때도 '이르면 12월 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10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홈스토리생활'과 '휴브리스'를 선정해 공고했다.

이들 기관은 비전문 외국인 체류자격인 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을 고용한 후 가정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홈스토리생활에 70명, 휴브리스에 30명이 배정된다. 서울시가 이들 기관에 사업 준비를 위한 초기 운영비를 일부 지원할 예정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