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빌렸는데, 한달 만에 5천만원으로…악질 대부업자 163명 세무조사

국세청, 사채업자 89명·중개업자 11명·추심업자 8명 조사
미등록 31명 자금출처조사도…5년 체납자 24명 재산추적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3.11.30/뉴스1

#. A씨는 20~30대의 지역 선·후배를 모아 불법 사채조직을 만들었다. 취업준비생, 주부 등을 대상으로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며 연 2000~2만8157%의 초고금리 이자를 수취했다. 20만원을 빌려주고 7일 후 128만원을 받거나, 약 15만원을 빌려주고 12일 후 61만원을 상환하게 하는 식이다. 변제기일이 지나면 욕설과 협박으로 상환을 독촉하고, 채무자 얼굴과 타인의 나체를 합성한 전단지를 가족·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유포하기도 했다.

#. B씨는 주변 선·후배 등 지인 120여명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인터넷 대부중개 플랫폼에서 합법업체로 가장해 '연체자, 누구나 대출가능' 등 불법광고로 채무자를 모집했다. 최초 15만원을 대출해준 뒤 '7일 만기·28만원' 상환으로 계약하고 시간당 연체료를 부과해 한 달 만에 약 5000만원의 빚을 지게 했다. 이후 빚을 못갚는 채무자의 사진으로 수배 전단지를 만들어 지인에게 배포했다. 채무자는 살해 위협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국세청이 악질 사채·중개·추심업 등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국세청은 30일 불법 사금융 조사대상자 총 163명에 대한 전국 동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9일 대통령 주재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이후 13일에는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세무조사에 나선 바 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사금융 특별근절기간을 선포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앞장서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대상자로 불법사금융업자를 특정하기 위해 금감원 피해접수사례, 경찰 수사자료 등 유관기관 자료와 탈세제보, 자체수집 현장정보 등 정보자료를 연계·분석했다.

조사 대상 유형은 △사채업자 89명 △중개업자 11명 △추심업자 8명 등이다.

사채업자의 경우 전국적으로 사채조직을 운영하면서 취업준비생, 주부 등을 상대로 연 수천%의 고금리로 단기·소액 대출해주고, 신상공개·가족살해 협박 등 악질적으로 불법추심한 사채업자가 포함됐다.

또 노숙자 명의로 위장업체를 만들고 서민·소상공인에게 카드깡을 해준 업자, 폰지사기꾼에게 폰지사기 운영자금을 여러 차례 대여해주고 고율의 이자수입을 챙긴 업자 등도 있었다.

중개업자의 경우 저신용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불법대부업체에 판매하고 얻은 수입을 신고누락하고, 대부업체 배너광고 대가로 얻은 수입도 신고누락한 대출중개 플랫폼 운영업자가 있었다. 저축은행을 사칭해 중개가 필요없는 '햇살론'을 중개하고 얻은 불법수수료 수입과 개인정보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업자도 조사 대상이다.

아울러 신변위협 등 불법추심으로 부과받은 과태료를 부당 손금산입하고, 법으로 금지된 부실채권 매입을 차명으로 운용하며 관련 수익을 신고누락한 채권추심 대행업체도 포함됐다.

특히 국세청은 대부업법을 위반해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서민으로부터 고금리 이자를 수취하며 탈세한 지역토착 사금융업자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국세청은 필요시 검찰과 협업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자료를 전부 확보하고, 추징세액 일실 방지를 위해 확정전보전압류를 활용할 계획이다.

불법사금융업자 세무조사 착수사례(국세청 제공). 2023.11.30/뉴스1

세무조사와 함께 국세청은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수취하거나 대부업을 미등록하고 운영한 31명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도 착수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금전 대부 시점부터 자녀명의 계좌를 이용하고 이후 이자와 원금을 모두 자녀가 수취했다. 채무불이행 시 채무자의 담보물건을 경매 개시해 자녀명의로 낙찰받는 등 단순한 증여행위를 넘어, 불법적인 편취행위에 일가족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세금을 체납 중인 불법대부업자 24명에 대해서는 재산추적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세무조사에서 미등록 대부업을 영위하는 등 불법사금융 행위를 하며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고액을 추징받았으나, 재산을 은닉해가며 납부하지 않는 체납자다.

정 국장은 "특별근절기간 동안 불법사금융자의 탈루소득을 단 돈 1원까지도 끝까지 추적해 세금으로 추징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불법사금융업자 및 숨어 있는 전주를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