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플랫폼 비즈니스로 10년 만에 '수산 유니콘 기업'으로
[오션테크2023 ②]세계 주목 받는 신흥국 인도네시아 대표 수산기업 '이피셔리'
아시아 투자 건수 미국 추월…동남아시아 새로운 유니콘 기업 대거 배출
- 백승철 기자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빠르게 확산됐다. 또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시대로의 진입은 이제 디지털 혁신이 선택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됐다.
해양수산 분야의 신속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도 '제3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2021년 1월)', '해양수산 스마트화 추진전략 2.0(2022년 2월)',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전략(2022년 12월)' 등 다양한 정책과 육성전략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수 중심 사업 모델로 한정적인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 기업이 글로벌 해양수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기술력과 해양수산업을 결합한 글로벌 사업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적극적인 투자 유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선진 외국의 해양수산 분야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아시아 국가의 사례는 많지 않았다.
2013년 창업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양식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인 이피셔리(eFishery)는 새우양식 사료 공급장치를 시작으로 양식장 운영 디지털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사료 및 수산물 판매와 양식업자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야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 투자 건수 미국 추월…동남아시아 새로운 유니콘 기업 대거 배출
수산업 분야도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양식산업 분야의 경우 디지털 전환으로 식량안보 확보 및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해 세계 각국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양식업의 성공적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르웨이 기업을 꼽을 수 있다.
노르웨이 아크바그룹(AKVA group)은 양식 기자재 및 설비 전문기업으로 1983년 설립 이후, 가두리 양식설비 제조 판매업으로 시작해, 중앙제어형 양식장 사료 공급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양식 SW기업인 마리테크(Maritech), 생산제어 SW기업 슈퍼리오 시스템(Superior system), 사료공급기술 보유기업 아쿠아스마트(Aquasmart International) 등을 인수해 '종자육종-치어-성체양식-수확-가공-판매유통'까지 기술 라인업을 확장했다.
2010년도 글로벌 수요 감소와 어류질병 대책수립 등 경영 악화 위기에 아크바그룹은 해양보존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중드론(ROVs), 바닷물이(Sea lice) 관리 시스템(fishtalk), 육상순환여과시스템 등에까지 사업을 확장해 2002년 13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15년 2000억 원, 2022년에는 1466명의 직원에 전 세계 11개국 지사, 총매출액 34억 노르웨이 크로네(약42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노르웨이 모위(Mowi, 前마린하베스트) 또한 전 세계 1위 양식 연어 생산 업체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끊임없이 인수·합병(M&A)한 결과, 2022년 기준 49억4600만 유로(약 7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캐나다, 칠레, 일본, 한국, 중국 등에 가공 공장을 설립, 1만5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또 자체 'Mowi 4.0'전략을 마련해 'Smart Farming, Smart Operations, Customer Interaction' 등 3개 전략 분야의 2025년 구현을 통해 통합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와 자동화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3년 8월 기준, 노르웨이 시가 총액 12위 기업인 살마(SalMar ASA)도 대서양 연어 생산에 대한 100개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살마는 2017년부터 지름이 110m이고 높이가 67m 해양 양식구조물인Ocean Farm 1(OF1)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201억 5,8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2.5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 노르웨이의 양식 연어 생산업체이다. 살마는 외해 양식시스템의 자동화 및 지능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 수는 2020년 569개에서 2021년 959개(69% 상승)로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투자 건수가 미국을 추월해, 전체 36%를 차지했다. 또 유니콘 기업이 드물었던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대거 배출(싱가포르 10개, 인도네시아 4개, 베트남 2개, 태국 2개 등)됐다.
◇양식장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10년 만에 수산 유니콘 기업으로
구글이 테마섹, 베인과 함께 공동 발간한 'e-Conomy SE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770억 달러(한화 약 100조 원)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1240억 달러(한화 약 162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같이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신흥국인 인도네시아는 2021년 기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스타트업(2197개)을 창업한 국가이다. 또 세계 4위의 인구(2억7000만 명) 대국이면서 2019년 기준 평균연령이 29세(한국 평균연령 42.6세)로, 소비 잠재력이 크고 변화에 민감하다.
양식생산량 또한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은 국가이다. 특히 2020년 기준 새우 생산량은 37만8475톤, 수출량은 20만8000톤으로 인도, 베트남, 중국 등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로 세계 주요 새우 공급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기업 이피셔리(eFishery)는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펀딩을 성공시키며 2023년 5월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피셔리가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은 사업은 '스마트 사료 공급 솔루션'이다. 2012년 당시 76개의 양식장을 운영하던 이피셔리 설립자 지브란 후자이파는 메기를 기르면서 전체 양식비용의 70~90%가 사료비용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 사료공급기를 만들었다.
이후 2013년 이피셔리를 설립해 지금까지 손으로 먹이를 주던 인도네시아 수산 양식장을 스마트 사료 공급 솔루션으로 전환시켰다.
2018년 인도네시아 전역에 있는 3000개 이상의 어류 및 새우 양성용 못 양식장에서 이피셔리의 솔루션을 구축했으며, 현재 인도네시아의 약 370만 명에 달하는 양식업자 중 280개 지역, 7만 명이 넘는 양식업자들에게 스마트 사료공급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19년 1010만 달러(약 133억 원)에서 2020년 10배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2021년에는 연간 매출이150% 신장했으며, 2022년에는 2억6600만 달러(약 34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피셔리의 핵심 기술과 경영 전략은 △어가수용성을 고려한 맞춤형 스마트 사료공급 시스템(eFeeder) △양식 디지털플랫폼(eFeed & eFresh & eFund) 비즈니스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피셔리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 사료공급 시스템 도입한 어가에서는 생산량이 최대 35%까지 늘어났으며, 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 사료비용도 28% 정도 줄일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 또한 양식업자들에게 물고기 사료를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eFisheryFeed),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산물 판매 마켓 프레쉬(eFisheryFresh), 양식업자를 대상으로 유연한 대출중계를 하는 금융 서비스(eFisheryFund)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8만 개의 양식장에 설치됐으며, 2025년까지 100만 개의 양식장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피셔리는 디지털 격차 해소와 세계 식량 수요 충족을 목표로 △양식업을 통한 세계 식량 수요 해소 △합리적인 가격의 기술 제공 △포용적디지털 경제 구축을 통해 2020년 전 세계 약 8억11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양식산업을 통한 세계 식량안보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양식 연관 산업 적용…경쟁력 있는 생산시스템 도입해야
2022년 디지털양식 시설, 기자재, 서비스 산업 및 기술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양식 기자재 기업은 200여 개이며, 해양수산부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지원한 창업투자 기업 193개 중 수산업 분야 스타트업 등 창업기업 90개를 포함해 약 300개 기업이 전통양식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2022년 어류양식 동향조사 결과에는 해상가두리 경영체가 877개, 육상수조식 양식장이 544개이며, 전체 어류양식 종사자는 5046명이다. 어종별 생산량은 전체 9만1000톤 중 넙치류가 4만6000톤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양식산업의 경우, 동남아시아의 양식어가수 및 양식경영비용과 노르웨이나 칠레 등의 생산의 규모화 측면이나 양식기자재 등 연관산업 생태계의 규모 측면에서 비교하면 발전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전통 양식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향상하고 권역별 맞춤형 양식 생산시설 및 설비 표준화를 통해 양식산업을 수산 가공 및 유통산업과 연계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 2019년 부산을 시작으로 경남 고성, 전남 신안, 강원 양양, 경북 포항, 제주까지 총 6개 지역이 이 사업에 차례로 선정돼 추진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안상중 박사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어가의 수용성 확대와 양식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의 성공 모델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사항 충족, 가공·유통 및 물류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생산자에게는 이익이 최대화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경제적인 제품의 생산과 공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를 위해 종자, 사료, 수산용 의약품, 양식시설 시스템과 기자재, 가공, 유통, 경영, 인력양성 등 양식산업 전 분야에 산·학·연·관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 박사는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우수한 종자 개발기술, 완전양식기술, 해면가두리·육상유수식 양식기술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고 현장에 활용될 수 있는 100여 종 이상의 기술 덕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최근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어업현장의 낮은 수용성과 국제적 수산물 소비트렌드의 변화와 양식 기자재 또는 시스템개발의 발전 저하 등으로 인해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며 "전통 양식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매우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인 IT, 디지털트윈, 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양식 연관 산업 적용과 어가의 수용성을 고려한 편리하고 경제적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생산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수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어가 현장의 문제 해결형 방식과 글로벌 디지털 양식기술 표준화 선도뿐만 아니라, 국내 현실에 맞는 주식회사형 계열화 기업보다는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Denish Crown)이나 국내 도드람양돈농협과 같은 협동조합기업(패커형 협동조합)의 육성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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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 12월2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