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는 '디스인플레', 韓은 전망치 줄상향…"고금리 길어진다"
KDI·IMF 등 국내외 기관, 韓 물가 전망 줄줄이 높여…6년여 만에 美 물가 역전
IMF "韓 물가 둔화하겠지만 고금리 상당 기간 유지해야"
-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향후 물가 전망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최근 물가 둔화세가 나타나는 모습과는 대조적인데, 우리나라의 긴축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와 2.4%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전망보다 각 0.2%포인트(p), 0.1%p 상향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이전보다 0.1%p씩 상향한 3.6%, 2.6%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이달 경제전망에서 물가 전망을 기존(올해 3.5%, 내년 2.4%)보다 높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우리나라 물가 전망을 줄상향하는 것은 10월 나타난 물가 수치가 기존 예상을 상회하며 반등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지속 둔화해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지만 8월(3.4%)과 9월(3.7%) 반등했다. 한은과 정부는 10월이면 물가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막상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9월보다도 0.1%p 오름 폭이 커졌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예상보다 견고했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물가 상황은 최근 미국과 영국, EU 등 주요국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9월 대비 0.5%p 낮아졌다. 근원물가 역시 4%로, 2021년 9월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로써 우리나라 물가가 미국을 역전하는 현상이 약 6년 만에 일어났다.
영국도 9~10월 사이 물가 상승률이 6.7%에서 4.6%로 2%p 이상 하락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역시 4.3%에서 2.9%로 둔화했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 둔화가 더딘 것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의 국내 반영 시기가 2~3주 뒤로 밀리는 데다가,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늦춰 왔기 때문이다. 주요국과 비교해 고물가 고통의 강도는 낮았지만 그만큼 더 오래 지속되는 셈이다.
이는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긴축 기조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에선 물가가 안정되며 기준금리 인하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경우 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른 것이 되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다보니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 물가는 당국의 목표 수준으로 (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의 불안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치에 수렴하는 것이 지연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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