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위상 실감" 한국은행 총재 거머쥔 의장직, 대체 뭐길래

이창용 한은 총재 BIS '금융시스템위 의장' 선임
기축통화국만 맡던 자린데…"韓 경제 높이산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5월 BIS 이사에 선임된 데 이어 이번에는 BIS의 '싱크탱크' 리더 자리에 오른 것이다.

CGFS는 가장 대표적인 중앙은행 간 협력기구인 BIS의 최고위급 협의체다. 자연스레 이곳의 의장직은 미국·일본을 비롯한 소수의 선진국이 나눠가지곤 했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실감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BIS 총재회의에서 CGFS 의장으로 선출됐다.

CGFS가 어떤 곳인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BIS를 알아야 한다.

BIS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모인 국제금융기구로 민간 상업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자주 쓰는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지표는 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제정한 것이다.

CGFS는 이러한 바젤위와 함께 BIS 아래에 있는 최고위급 협의체다. 우선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기능 증진에 설립 목적이 있는데, 이를 위해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연구·분석를 진행하면서 △정책 권고 사항을 구체화하곤 한다. 즉 BIS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CGFS에서 논한 아이디어, 시장 상황 등은 BIS 최고 회의 격인 세계경제회의(GEM)에 곧장 보고된다"며 "한은으로 치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기 전 한은 실무 부서에서 보고를 하는 식"라고 설명했다.

이어 "GEM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이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등 주요국 총재가 모여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곳"이라면서 "CGFS는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제공)

특히 CGFS는 글로벌 경제 위기 때마다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깝게는 올초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등 은행 불안 당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심지어는 우리 경제가 절박한 지경으로 몰렸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에도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 권고를 내놓는 등 여러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사전에 경고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국제적인 위기 수습과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의 CGFS 의장 선임은 한국 경제의 위상과도 연관이 있다. 거의 30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CGFS 의장 자리는 전부 기축통화국 출신이 맡았기 때문이다.

CGFS 의장직을 BIS 직원이 아닌 각국 중앙은행에서 맡도록 한 1997년 이후 오로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만 CGFS 의장 명단에 올랐다. 사실상 주요 7개국(G7) 중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본래 G7 쪽에서 잘 놓지 않는 자리인 터라 그만큼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게 평가된 것"이라면서 "다른 BIS 회의체 의장을 보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모두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가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취지다.

예컨대 BIS GEM과 경제자문위원회(ECC)는 파월 연준 의장이 수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BIS 회원 63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전체총재회의(GM)는 프랑스, 바젤위는 스페인, 지급 및 시장 인프라 위원회(CPMI)는 이탈리아 총재가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간 한은은 CGFS에서 각종 워킹그룹, 워크숍, 스터디그룹 등을 많이 해 왔는데 이번 의장 선출로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조사 연구 역량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의 네트워크 확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971년 유로화상설위원회(ECSC)로 출발한 CGFS는 당초 유럽 지역에 있는 달러화(유로달러)와 역외 예수신 시장의 급성장을 살피는 데 중점을 뒀으나 금융 환경이 점차 글로벌화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1999년 2월 현재의 명칭과 기능으로 탈바꿈했다. 한은은 2001년부터 옵서버(observer) 자격으로 참석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11월부터 정식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