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근원물가마저"…물가 전반 확산하는 석유·농산물 인플레 영향

농산물·석유류제외지수, 10월 전월比 0.4%↑…3개월 만에 오름 폭 0.5%p↑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한 식당의 음식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2023.10.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 폭이 지난 10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와 농산물 인플레이션 영향이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올 9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석유류제외 지수는 8월부터 상승 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0.1%에서 8월 0.2%로 0.3%포인트(p) 확대됐고, 9월에도 0.3%로 상승 수준이 0.1%p 커졌다. 7~10월 3개월 동안 오름 폭이 0.5%p 확대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의 경우 10월 들어 전월 대비 상승 폭이 확대 전환했다. 지난 8월 전월 대비 0.3% 상승한 식료품·에너지제외 지수는 9월 -0.1%로 떨어졌으나, 10월 0.3%로 0.4%p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전체 물가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물가의 추세 흐름을 보이는 근원물가는 하락세가 유지되는 상태"라며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지난 8월 농산물·석유류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지만, 9월(3.8%), 10월(3.6%) 연이어 상승 폭이 줄었다. 식료품·에너지제외 지수 상승률도 9월 3.3%에서 10월 3.2%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근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에는 작년 물가가 워낙 큰 폭으로 올라 올해 물가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반영돼 있다. 기저효과가 없는 '전월 대비' 수치로 보면 근원물가 오름 폭이 엄연히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 폭 확대는 농산물과 석유류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여파가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 확대는 시차를 두고 서비스와 외식 등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인상 여파가) 근원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향후 근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소비자 체감 물가가 한층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도 한층 커진다.

석 교수는 "아직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근원물가가 계속 오르면 금리 인상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근원물가가 올라 금리를 다시 인상한 적이 있다"고 경고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