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말자" 했는데 장바구니 물가 '폭등'…한은, 전망 수정 가능성
10월 물가 3.8% 올라 전월비 0.1%p↑…신선식품 12% 치솟아
한은, 10월 물가 예측 빗나갔지만…추세적 둔화 예상은 유지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물가 둔화를 예상했던 한국은행의 예측이 어긋나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국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탓에 한은이 앞서 제시한 물가 둔화 경로에 대한 의구심 또한 우려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하면서 한 달 전(3.7%)에 비해 오름세가 0.1%포인트(p) 확대됐다.
그간 정부와 한은은 물가가 잠깐 높아진 뒤 10월부터는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혀 왔다.
예컨대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3%p 확대됐다는 통계청 발표에 대해 지난달 5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큰 폭 반등은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변화에 기인한다"면서 "한두 달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물가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10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종전 예상을 건들진 않았다.
하지만 10월 물가 상승률은 예상을 깨고 0.1%p 높아졌다.
이유는 추석을 지나서도 지속된 농산물 가격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458개) 중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주로 사는 품목(55개)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2.1% 급등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에 달한다. 신선식품지수가 이같이 오른 것은 고물가 우려가 깊었던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의 일이다.
국민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피부에 와닿는 물가가 특히 크게 오른 셈이다.
한은의 설명을 들어 보면 보통 농산물 가격은 추석이 지난 다음 달이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기온 등에 따른 출하 감소로 인해 추석 이후에도 별로 빠지지 않았고 이것이 물가 상승률을 밀어올리는 힘이 됐다.
원래 농산물 가격은 변동성이 커 단기 예측이 힘든 품목에 속한다지만, 그럼에도 10월 물가가 한은의 예상 밖으로 전개된 점은 한은이 올 초부터 제시했던 물가 둔화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킨다.
특히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체감 물가에 가까운 신선식품지수와 생활물가지수(4.6%)가 유독 가파르게 올랐기에 한은의 예측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일반인들의 물가 예상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8개월 만에 반등(전월비 0.1%p 상승)하면서 세간의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반영했다.
이에 지난 9월만 해도 물가 오름세에 대해 "일희일비 말자" 독려했던 한은은 이제 "물가 둔화 재개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면서 물가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농산물 가격만 아니라 10월 초 발발한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로 파급되는 시차가 2~3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중동 사태는 이미 10월부터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은 '추가 유가 상승만 없다면' 물가 둔화 흐름이 11월부터 재개될 것이라 보고 있다. 올 초부터 강조해 왔던 '추세적 물가 둔화'에 대한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높아진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달 30일 금통위 직후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해당 전망에는 올해와 내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포함되는데 최근 유가와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이들 전망치의 상향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8월 발표된 기존 전망치는 올해 3.5%, 내년 2.4%다.
icef0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