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지개 펼까' 하반기 무역흑자 기대감…수출 10개월 만에 반등

반도체 3분기부터 반등 전망 우세…"수출·경상수지 긍정적 추세"
국제에너지가 변수, 對중국 수지개선 관건…"정부, 경제 올인"

1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6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152억71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수입은 166억8100만 달러로 20.7% 줄었다. 무역수지는 14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3.6.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수출 감소 8개월, 무역적자는 15개월 연속 기록 중인 우리경제가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 속에 하반기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6월 들어 1~20일 기준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며 10개월 만에 반등했고, 소비재 수출 호조와 반도체 가격 상승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대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고착화 추세와 소비재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 에너지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328억95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3%(16억4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20일 기준 수출 증가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수입은 345억200만달러로 수출보다 16억700만달러 많았지만, 전년 동기 388억5600만달러에 비해선 11.2%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고전으로 6월(1~20일 기준)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동차 업종 등이 선전했고, 에너지가격 안정화 추세로 수입액이 줄면서 적자 폭은 전년 동기 76억400만달러보다 6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월 42.5%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이달 23.5%로 감소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1~20일 통계에서도 16억7000만달러의 무역적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2월 1~20일 기준 적자전환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적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산업연구원(KIET)이 에프앤가이드와 메트릭스에 의뢰해 25일 발표한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대상 PSI(전문가 서베이 지수)에서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뚜렷하다.

PSI지수는 전월 100을 기준점으로 업황 현황이 개선되면 100을 상회하고, 악화할 경우 100을 하회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6월 PSI는 102를 기록했고, 7월 전망은 104를 기록했다.

업종별 6월 업황 현황 PSI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에서 100을 상회하고, △철강 △기계 △휴대폰 등 업종은 100을 하회했다. 그중 반도체의 경우 4월 지수 60에서 5월 70에 이어 6월 105로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7월 업황 전망 PSI에서도 반도체는 110를 기록하며 5월 75, 6월 80에서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 지수'(EBSI)도 108.7을 기록,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EBSI가 100 이상을 회복했다. 2분기 52.0까지 주저앉았던 반도체 EBSI는 올 3분기 128.5를 기록했다.

긍정적 지표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하반기 무역수지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수출과 경상수지도 일부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러나 대중국 무역적자가 고착화 추세를 보이고,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하며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이어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의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대중 경상수지는 77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2001년 이후 2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대중국 고전은 이어지고 있으며, 관세청의 이달 1~20일 통계에서도 대중국 수출은 1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이달 들어서 52% 상승하며 메가와트시당(MWh)당 35유로(약 4만9000원)를 기록했다.

가스파동 이후 각국이 천연가스 저장량을 늘려놔 메가와트시당 340유로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8월 수준까지 폭등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노르웨이 가스 발전소 폐쇄와 네덜란드 흐로닝언 가스전 조기 폐쇄 등 악재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 산중위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도체 상황이 어렵지만 바닥을 찍고 올라올 일만 남았고, 자동차 등 호실적을 내는 품목도 당분간 전망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국가경제적 측면은 물론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여당은 경제에 올인해 하반기 반드시 반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