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조원 쏟아붓고도 출산율 '1'도 안되는 한국…정부 대책 부심

출산율 OECD 꼴찌…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
1인가구 점점 늘어…결혼·자녀 필요성 갈수록 줄어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이 유모차에 유아를 태우고 지나는 지나고 있다. 2023.2.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우리나라의 인구 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단순히 출생아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결혼에 대한 인식, 출산 연령 등 향후 인구 전망 자체가 어두워지고 있다.

24일 통계청의 '2022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이같은 추세가 뚜렷히 나타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감소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0.78명을 낳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평균 가구원 수는 2.3명이다. 13년 전인 2000년(3.1명)과 비교하면 0.8명 감소했다. 이 기간 1인 가구(15.5→33.4%), 2인 가구(19.1→28.3%)의 비중은 커졌다. 반면 3인 이상 가구(65.4→38.2%)의 비중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구감소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혼에 대한 인식,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548개 조사구 1만8445가구 내 3만5792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0.0%로 2년 전보다 1.2%포인트(p)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2년 62.7%와 비교하면 12.7%p나 줄었다.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도 65.3%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7%p 줄었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자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2년 전보다 감소했고, 특히 30대의 결혼 후 자녀 필요성에 대한 인식(54.7%)은 2년 전보다 4.3%p 감소했다.

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엄마'가 되는 나이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32.6세로 전년 대비 0.6세 많아졌다. 2000년(27.7세)과 비교하면 4.9세 많다.

통계청 관계자는 "출산할 수 있는 연령의 여성수가 적어짐에 따라 출생아수 역시 적게 나오는 부분이 있다"며 "혼인을 안 하거나, 자녀를 안 낳는 등의 가치관의 변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빈 책상만 보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부족 현장을 보였다. 2023.1.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인구감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저출산 대응에 약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중 인구위기 대응의 부문별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비상대책차관회의에서 "인구위기 대응은 전 부처의 종합적·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인구위기대응TF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긴밀히 협업해 후속조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