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요금 인상 제동에도 압박은 여전…물가 잠재울 수 있을까

정부, 상반기 고속도로·철도 등 공공요금 동결…가스·전기는 인상 폭 조절
물가 대응 여럭 커졌지만 한계도…"공공기관, 인상 요인 자체 흡수해야"

서울시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올해 하반기로 미룬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힌 것에 따른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어린이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 2023.2.1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고속도로·철도·우편 등 중앙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고 가스·전기요금의 경우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심상치 않은 물가 상황과 여론 악화에 정부가 행동에 나선 셈이지만, 최근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 가스·전기요금은 인상 방침 자체를 꺾지 않은 만큼 여전히 물가를 자극할 요소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구조조정·재정 지원 등 요금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 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지자체를 향해서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부가 이처럼 공공요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가스비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이후 연초 물가가 심상치 않아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전년 동월 대비)였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9월 5.6%, 11월과 12월 각각 5.0%로 떨어지면서 둔화세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1월 다시 오름 폭이 커진 것이다.

이런 탓에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9일 'KDI 경제전망(수정)'을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에서 3.5%로 상향했다. 작년 공급 측에서 발생한 물가압력이 공공요금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 점을 고려했다.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경기 둔화 폭은 깊어지고,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도 어려워진다. 공공기관 적자 폭은 역대 최대지만, 정부가 무조건적인 인상을 고집할 수 없었던 이유다.

정부가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물가 안정 여력도 그만큼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압력이 너무 높아져 있어서 일단은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결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물가 안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가스·전기요금에 대해선 '동결'이 아닌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적은 규모라도 추가 인상 자체는 불가피한 셈인데, 가스·전기요금이 이미 급격히 오른 상황인 만큼 눈에 띄는 수준의 조절이 아니면 물가 상승 심리를 잠재우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처음부터 가스·전기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했어야 했다"며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 불만이 커지다 보니 뒤늦게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건데, 이미 많이 올라간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상반기 동결하기로 한 고속도로·철도·우편 등 중앙 공공요금,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동결된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에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정부의 동결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조정한 서울시는 "시의회 의견청취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 절차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 결정으로 상반기에 시간을 번 만큼 남은 시간 동안 하반기 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결국 공공기관들이 구조조정 노력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요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요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공공기관의 비용절감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