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이어 무임승차비까지…'곳간지기' 기재부 압박하는 여야

기재부 "형평성에 문제, 지원 안돼" 입장 불구 서울시 등 연일 압박
與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확대 언급 이어, 野 추경 편성 요구까지

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2023.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곳간 지기'로 불리우는 기획재정부를 향한 재정지원 요구가 거세다.

서울시가 연일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기재부 지하철 운영은 지자체 소관이라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난방비 지원 등 이슈를 보더라도 향후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여 기재부가 받는 압박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서울시 지하철에 대한 지원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지하철과 버스 요금 인상을 예고하며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을 기재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이라도 기재부가 생각을 바꿔 올해 중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다면 요금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복지 정책으로 결정해 추진한 일이니 기재부가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하철은 지자체 고유의 사무이므로, 이에 따른 손실보전도 지자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부산시, 대구시 등을 빼고 서울시만 지하철 요금을 지원할 수도 없다. 이 가운데 대구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인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중이다.

또 서울시 지하철에만 국고를 투입하면 도시 철도를 운영하지 않는 타지역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도 문제다. 혜택이 지하철 노선을 보유한 특정 대도시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 사무와 국가 사무는 구분돼 있다"며 "당장은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 2020.11.23/뉴스1

기재부가 이번 지하철 지원 문제를 잘 해결하더라도 향후 받을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최근 한파에 여당은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안을 언급했고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예산 요구 목소리는 다방면에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건전재정' 기조를 발표하며 대규모 재정 투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돈을 달라"는 요구가 강해질수록 곳간지기의 처지는 더 난감해질 전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처지가 어렵다"며 "공공요금의 경우에도 정부가 최근 수년간 요금을 인상하지 못해서 이번에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기재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무리하게 가져가기보다는 일단 국가채무를 줄이는 로드맵을 갖고 상황에 맞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