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쌓이는데 조직은 비대'…불가피했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공공기관 부채 5년 새 17% 늘 때 인력 34% 껑충
인원 감축 규모 전체의 2.8% "칼바람 맞다" 평가
- 한종수 기자,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한종수 김유승 기자 = 26일 정부가 14년 만에 조직·인력을 감축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안을 확정해 발표한 것은, 천문학적 적자가 누적되는 등 방만경영으로 인한 공기업의 경영 부실이 심각해진 탓이 크다.
공공기관 개혁이 늦어질수록 거센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위기의식이 공공기관 자산, 예산, 복리후생 분야 혁신안을 내놓게 했고, 이날 혁신안의 마지막으로 기능 및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날 오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의결한 '공공기관의 기능 및 조직·인력 효율화 방안'은 각 부처 산하 350개 공공기관의 정원 44만9000명 중 1만2442명을 조정한다는 계획이 핵심이다.
공공기관 전체 정원의 2.8% 규모로,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1만7230명의 정원을 감축하고 1.1%인 4788명을 재배치한 결과다.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 이후 첫 공공기관 정원 감축이다.
이러한 계획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비대해진 인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이번 감축 계획이 전체 정원의 1% 후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뛰어 넘어 3%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온 것은 현 정부의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공공기관 인력은 33만4000명에서 올해 44만9000명으로 34.4%(11만5000명) 늘었다. 이 기간 부채는 499조원에서 583조원으로 16.8%(84조원) 증가했다.
특히 한국전력의 경우 올 상반기 적자만 14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무려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38조원이었던 회사채 누적 발행액도 내년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전을 포함한 자산 2조원 이상 39개 공공기관의 올해 부채는 전년 대비 82조2000억원 늘어난 63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율은 2019년 기준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새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티는 끝났다"며 꺼내든 새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이후 혁신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했고, 순차적으로 △기능 △예산 △자산 △복지후생 분야 개혁안이 나왔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으로 조직·인력 구조조정안을 이날 열린 제18차 공운위에서 의결했다.
전체 정원의 2.8%에 해당하는 인력감축 규모가 '군살 빼기'로 적절한지는 다소 유보적인 견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예상보다 큰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기준으로 했느냐에 달려 있지만, 규모 면에서만 보면 칼바람이 맞고 과거에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며 "다만, 퇴직자 등의 순감소 인원, 이 인원이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등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이번 인력 감축안을 비롯한 공공기관 혁신안을 두고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공기관이 국민 생명과 복지를 책임지는 공적역할에 더 중점을 둬야지, 적자 개선이나 수익 추구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양대노총은 이날 공공기관 인력 조정안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재부 공운위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가 공공기관 인력을 감축하고 자산을 매각하고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사실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jep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