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녹색에너지 포함 공식화…K-택소노미 최종안은 연내 확정

사고저항성연료 2031년 '상용화' 목표…방폐장 구체적 연도는 명시 안돼
한화진 "원전 경제활동 포함된 택소노미, 안전성·환경성 높이는 계기될 것"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7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녹색분류체계 확산을 위한 실천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22.7.14/뉴스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원자력발전이 포함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의 세부 조건이 담긴 초안이 20일 공개됐다.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원전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에 포함시킨데 이어 우리나라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식화 한 것이다.

원전을 '녹색'으로 인정하기 위한 관건으로 꼽힌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은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돼 초안에 담겼다. 이에 따라 '원전 계속운전'은 2031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해야 하며 신규건설은 준공 즉시 바로 적용하게 된다.

다만 유럽연합(EU)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국내에서도 쟁점이 됐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날 발표된 초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존재하는 만큼 구체적인 연도제시는 불필요하다"고 누락 이유를 설명했다.

환경부는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건설 △원전 계속운전 등 3개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이날 공개했다.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구분된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녹색분류체계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표한 바 있다.

69개 경제활동 중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및 환경개선에 필수적인 64개 경제활동은 '녹색부문'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5개 경제활동은 '전환부문'에 각각 포함됐다.

우선 이번 택소노미 초안에서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원전의 안전성 향상과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핵심기술을 포함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과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의 확보를 비롯해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반영했다.

또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이 존재하고,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었는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초안에는 구체적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연도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당시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유치 지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로드맵만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이날 세부계획 이행을 위한 법률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포함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신규건설과 계속운전 원전 모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및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초안에 달았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원전 반영표 (자료제공=환경부)

이와 함께 원전 신규건설의 경우 최신기술기준 및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전면 적용해야 한다. 원전 계속운전은 2031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적용해야 한다. 사고저항성핵연료의 경우는 국내 연구개발 일정상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기인 2031년으로 설정해 도입을 촉진하도록 유도했다.

EU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의 차이점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은 사고저항성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조건이다. 사고저항성핵연료의 경우 EU는 2025년부터 적용하고, 한국은 신규건설의 경우 바로 적용에 나서고 계속운전은 2031년부터 적용한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조건은 EU의 경우 2050년까지 문서화된 세부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특별한 연도가 없으며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제정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에)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확정한 정부 계획에 대해서 환경부가 다른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또 동일한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정부 계획의 실행을 담보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저장되고 처분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시행의 확보 수단인 법률제정을 조건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초안 공개 이후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관계부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연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는 10월6일에는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경제활동을 포함하여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