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5.2% 늘린 639조원…재정악화에 증가폭 최소화
[2023예산] 올해 총지출 대비 13년 만에 첫 감소
국가채무 1100조원에 재정건전성 회복 시급 판단
- 한종수 기자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 대비 5.2% 늘린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 온 문재인 정부의 5년 평균 증가율인 8.7%보다 3.5%포인트(p) 낮춰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에 2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합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에 비하면 내년 예산은 되레 6.0%(40조5000억원) 줄어든다. 새해 본예산이 전년 총지출보다 줄어드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새롭게 추진할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를 위해선 재정 확대가 필요하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인 1100조원에 육박하자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 증가율, 文정부 5년 평균 8.7%보다 3.5%p 낮아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9월2일 국회에 제출된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5.2% 늘린 639조원이다. 이 규모는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보다 31조원가량 많지만 2차례의 추경예산을 합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에 비하면 오히려 40조5000억원(6.0%) 줄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추경을 포함하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며 "680조원의 올해 총 재정지출에서 내년에는 639조원으로 대폭 줄이면서 건전재정 확보의 의지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예산 증가율 5.2%는 문재인 정부의 5년 평균 증가율 8.7%에 견주면 대폭 낮아진 것이다. 가파른 예산 증가로 문재인정부 5년간 국가채무는 400조원가량 증가해 총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으니 재정건전성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이렇게 예산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한 결과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2.5%에서 내년 -0.6%로, 관리재정수지는 같은 시기 -4.4%에서 -2.6%로 각각 개선된다. 국가채무비율도 50%에서 49.8%로 낮아질 전망이다.
◇尹공약·서민지원에 집중…지역화폐·경항모 예산은 '제로'
내년 예산의 기본 방향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의지를 담아 편성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주요 정책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일례로 병사 봉급을 올해 82만원에서 사회진출지원금을 포함해 병장 기준으로 내년엔 130만원까지 인상하고, 만 0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의 부모급여를 신설하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4인 기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장애수당은 월 4만원에서 6만원, 기초연금은 월 30만8000원에서 32만2000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도 이번 예산안의 핵심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연 12만7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40%가량 인상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도 1690억원으로 종전 대비 2배 확대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주도 역동적 경제' 뒷받침을 위해 내년 반도체 초격차 유지에 1조원, 원자력발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7000억원, 핵심 전략기술과 미개척 도전분야에 대한 R&D 투자 4조9000억 확대 등도 담겨 있다.
이밖에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 등에 총 1조원을 투입하며, 홍수·가뭄 등 빈번해지는 자연재해 대응에 대심도 빗물저류터널 3곳을 설치하는 재난안전 사업도 확대했다.
다만, 이전 정부에서 지역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공들였던 지역화폐 지원, 역점 추진해 온 '경항공모함' 사업은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자리, 감염병 대응, SOC, 에너지, 문화 부문 예산은 크게 삭감했다.
◇역대 최대 24조 지출구조조정…공무원 보수 1.7% 찔끔↑
정부는 이러한 내년도 주요 재정 사업을 더 이상 빚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 수단은 민간역량을 활용하고, 공공부문 효율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직접 주도하던 일자리·창업 지원은 민간중심으로 전환하고, 민간시장을 구축할 우려가 있는 산업·디지털 인프라 지원 사업도 민간주도로 개편한다.
재정 수반 행정위원회 중에 81개 조직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공무원 보수도 솔선수범을 강화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장차관급 이상은 보수 10% 반납, 4급 이상은 동결, 5급 이하 공무원은 1.7%만 인상하기로 했다.
법률로 구속력을 확보한 '재정준칙'을 도입해 총량관리를 강화하고 돈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쓴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며, 미흡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는 성과관리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런 긴축재정 기조 전환에도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1068조8000억원)보다 66조원 증가한 1134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역대 최대 수준이라 건전재정 전환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는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누적된 적자살림을 일거에 일소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큰 폭의 총지출 증가를 단절시키고, 국가채무도 해마다 약 100조원 늘던 것을 내년 70조원 늘리는 데 그침으로써 건전재정을 확보하는 데 굉장히 애를 썼다"고 말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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