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끌어들이는 호객행위가 3년 징역?…과도한 경제형벌 32개 손질

기재부·법무부, 경제형벌 개선 1차 과제 대통령에 보고
경미한 위반행위, 벌금→과태료…연내 32개 우선 개선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 유흥거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DB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한종수 서미선 기자 = 손님을 꾀어서 끌어들이는 호객행위에 대해 사법당국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렸지만, 앞으로는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만 내릴 수 있도록 형벌 규정을 완화한다.

불법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이 내려졌는데 앞으로는 사망했을 땐 기존 법을 유지하지만 상해의 경우 3년 이상 징역으로 낮춰 사망과 상해 간 형벌을 차등화한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 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는 기재부·법무부 차관을 공동단장으로 지난달 출범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해온 것으로, 이번엔 개선이 시급한 10개 부처 소관 17개 법률상 32개 형벌규정을 과제로 선정했다.

유형은 △형벌폐지(2개) △과태료 전환(11개) △선(先)행정제재-후(後)형벌(5개) △형량조정(14개) 등 4가지다.

기존 행정제재로 충분히 입법목적 달성이 가능한 경우 해당 형벌을 폐지해 비범죄화한다.

현행 물류시설법상 공사시행인가나 변경인가를 받지 않고 물류터미널 건설공사를 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데, 이 형벌규정은 삭제하고 동법상 '사업정지'로 제재하기로 했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식품위생법상 호객행위 역시 형벌 대신 허가나 등록취소, 영업정지 조치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유흥주점 업주나 종업원이 손님을 꾀어서 끌어들이는 호객행위를 했더라도 가짜 양주 판매나 과다한 카드 결제 등 손님을 속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형벌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히 '손님을 꾀어서 끌어들인다'는 행위 범주가 불분명한데, 여기에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고, 범죄구성 요건을 충족하기도 어렵다"라며 "설령 그런 행위가 잘못됐더라도 등록취소, 영업정지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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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은 질서위반행위로 보고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 또는 전환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형벌 대신 과태료만 부과한다, 지주회사 사업내용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주주의 주식소유 현황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신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대주주가 중기부 장관의 주식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형벌 대신 과태료 부과로 전환되며, 엽연초(담뱃잎)조합법상 관계공무원 검사를 거부·방해나 기피한 경우에도 과태료로 전환한다.

형벌을 부과하기 전 행정제재를 우선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우선 부과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합리화하겠다는 취지다.

일례로 현행 하도급법상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내국 신용장을 개설해주지 않거나 구매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로 벌금을 물리게 돼있는데, 이에 앞서 하도급대금 2배를 넘지 않는 범위의 과징금·시정명령을 내리도록 개선한다.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선 징역 또는 벌금 부과 전, 관련 납품대금과 위반금액 등을 고려해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한다.

처벌이 과도하거나 책임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 형량을 완화하거나 차등화한다.

만약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던 것을 사망의 경우 기존 법정형을 유지하되, 상해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사망보다 낮춰 사망과 상해간 차등화한다.

또 다른 예로 기존엔 원산지 표시 대상물품의 수출·수입 관련 위반행위 '미수범'도 본범에 준해 처벌하도록 했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고 미수범 처벌 근거만 규정해 미수와 기수 간 형량을 차등화하도록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왼쪽 두번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 및 1차 개선 과제 사전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기재부 제공).

정부는 "이번에 마련된 1차 과제는 연내 법률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민간 개선수요가 큰 법률 중심으로 올 4분기 중엔 2차 개선과제를 마련하는 한편, 범부처 형벌규정 전수 검토를 통해 경제 형벌규정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것은 시행령으로 하고, 법률을 고쳐야 할 부분은 연말까지 입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관계부처가 향후 소관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