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8년 만에 2.50%로…이창용 "물가 감안, 당분간 인상"(종합2보)
한은 총재 "물가상승 5%대면 꺾어야 할 필요성…연말 기준금리 2.75~3% 시장 기대 합리적"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5월 2.7%→8월 2.6%…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5%→5.2%로 상향
- 김성은 기자,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연 2.50% 수준으로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5% 이상의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오름세를 꺾을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3개월정도는 0.25%p씩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은의 정책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0년 3월 코로나19발(發)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빅컷'(0.50%p 인하)을 단행, 1.25%였던 기준금리를 단숨에 0.75%로 낮췄고 같은해 5월에는 0.50%로 0.25%p 추가 인하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8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0.75%로 0.25%p 인상됐으며 같은해 11월 1.00%로, 올해 1월 1.25%로, 4월 1.50%로, 5월 1.75%로 올랐다. 7월에는 '빅스텝'(0.50%p 인상)이 단행돼 2.25%로 올랐다.
이어서 이날 금통위의 결정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연 2.50% 수준으로 올랐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공개하고 기준금리 결정 배경과 관련해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통위는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당분간 0.25%p씩 올려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권에서 '당분간'은 통상 3개월 정도를 뜻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는 5~6%대의 높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금통위원 합의를 통해 0.25%p씩 올리면서 당분간 인상기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정점과 관계 없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분간 5% 이상의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현재 중립금리 중반 정도로 온 것 같은데 중립금리 상단 정도로 가면서 물가 오름세를 꺾을 필요는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선 "7월 전망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2.75~3%의 시장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아직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도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의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에서 금통위원들과 깊이 논의하는 것이 의미 없기 때문에 연말까지 여러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할 듯하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서 3개월 이후에 대해 말하기에는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변수와 관련해선 △10월말~11월초 열리는 중국 전당대회 △유럽의 가스 가격 △G20 회의 등을 꼽으며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하면 3개월 단위로 움직이면서 시장과 소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난 7월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0.50%p 한 번에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저희가 생각하는 성장률보다 크게 떨어지면 당연히 물가는 같이 떨어질 것이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말쯤 점검하면서 정책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2.25~2.50%) 상단과 같은 수준으로 올랐지만, 미국이 당장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자본유출을 촉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마치 1997년이나 2008년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중복되어 이야기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환율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국 환율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1997년이나 2008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액수의 100~150%보다 낮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전 IMF 근무 경험을 들어 반박했다.
이 총재는 "제가 IMF에서 왔다. 제가 명확하게 말하겠다.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와서 150%로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은 없다"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전세계 9위이기 때문에 이렇게 외환보유고가 큰 나라에는 그런 기준이 의미가 없고, 그런 기준은 규모가 작은 신흥국에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는데 물론 통화스와프가 있다면 장기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통화스와프를 상시적으로 갖고 있는 영국이나 유로존, 캐나다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전부 환율이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통화스와프도 유동성이나 신용도 위험에 대한 대비는 될 수 있지만 현재 환율이 전 세계적으로 절하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한 이날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놨다.
앞서 지난 5월 경제 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로 2.7%를, 내년 2.4%를 예상했으나 이번에는 올해 2.6%, 내년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 저희가 예상하는 2.1%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표라고 생각한다"며 "물가 5%대가 유지되고 성장률이 2%대가 유지되면 잠재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큰 폭의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올해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종전 4.5%에서 5.2%로 수정됐다. 한은 측은 "이번 물가 전망(5.2%)은 지난 1998년의 연간 전망치였던 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소비자물가가 5%대를 나타내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아울러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의 2.9%에서 3.7%로 수정됐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간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한 영향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향후 국제에너지 가격 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점과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5~6%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이 당초 7월 예상했던 3분기말~4분기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물가 정점이 지난 7월 생각했던 것보다 앞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점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는 안정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당분간 정점에 이르더라도 물가 수준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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