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중요성 커진 북한…"장마당 등 비공식시장 연구해야"
KDI 북한경제리뷰…"시장, 북한경제 견인…주민 후생수준도 높여"
"비공식 반영하면 성장률 높아질 것…세부·심화적 분석 필요"
- 권혁준 기자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북한의 계획경제 체제 아래에서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장마당' 등 비공식부문에 속하는 시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북한경제리뷰'에서는 북한의 시장에 대한 쟁점과 시각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시사점 등을 다뤘다.
이종규 KDI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은 북한의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없어선 안 될 영역이 됐다"면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고, 관료들이 급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뇌물 등의 제공처이며, 기업이나 정부기관들에는 준 조세수입의 근거가 됐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당초 계획경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고 싶었지만 점차 이것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공존 형태로 시장을 사후 인정했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당국은 내부적인 통제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사회주의와 계획을 종전보다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으로, 사회주의와 계획에서도 '시장'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북한의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상품을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배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과 노동시장의 형성, 국영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 시장에서 더 비싸기 팔리면서 노동생산성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은 북한의 시장에서도 비공식부문의 비중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기관과 기업 등 공식적인 부문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기관과 기업 종사자들이 사실상 유휴인력이 돼 서비스업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비공식 경제활동 인구가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고, 비공식 부문 시장이 북한경제 견인에 상당 부문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현재 한국은행은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약 8~9%로 보고 있는데, 북한경제의 비공식부문을 충분히 고려해 본다면 더 크게 추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비공식부문의 집계는 쉽지 않다. 비공식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장마당과 소매장사, 되거리 장사 등 도소매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인데, 이는 공식 경제활동에 집계되지 않을 뿐더러 인공위성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추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방면의 노력을 통해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북한 경제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규철 KDI 부연구위원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경제자료와 데이터들은 대부분 전체로 합산된 통계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주제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이나 계층별 분석과 같은 세밀화된 주제로 연구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승호 인천대 교수는 "북한시장화의 연구 결과를 한국은행의 북한경제성장률 추정에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한은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기타 서비스업 비중은 8~9% 정도인데, 만일 이것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시장화를 성장률과 GDP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위원은 북한이탈주민 조사에 대한 통합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그간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한 조사가 많았지만 개별 연구자를 중심으로 방대하게 이뤄지다보니 자료를 일관되게 연결시키기 어렵다"면서 "이를 집대성해 일관된 자료로 구축하는 작업이 있다면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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