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쇼크]① 소비자물가 사상 첫 하락, '디플레이션' 겁난다

8월 소비자물가 0.04%하락, 사상 첫 마이너스
실물경기 침체, 자산·금융불안 겹치면 '진짜 위기'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훈철 한재준 서영빈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면서도 수출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플레이션 무시할 수 없는 이유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8월보다 0.04% 하락했다. 통계집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지난 1월부터 계속된 0%대 저물가 현상이 8개월째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상품·서비스의 지속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디플레이션을 정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저마다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미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전문가 분석이 있는 반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IMF는 디플레이션 요건으로 물가 하락과 실물경제 침체, 자산·금융불안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수출과 투자활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민간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는 2%대 성장흐름 이어가고 있다"며 "자산·주식·부동산도 과도한 버블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 변동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가하락도 공급측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경제 전반적인 하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과 기저효과에 따른 채솟값 폭락이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부진도 물가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최근 두 달 연속 감소했으며, 민간소비도 2분기 0.7%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설명하는 공급적 요인뿐 아니라 수요적 측면에서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 "수요요인이 낮아진 것은 맞다. 여러 경기 하방압력이 강화됐다는 것과 일관된 설명"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수요측이 더 약해져 활력이 저하된 상황이 맞다"고 밝혔다.

실물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수출은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설비투자는 분기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GDP 디플레이터도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0.7%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 폭락에 따른 수출물가 하락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하반기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현재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 등을 고려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최저임금도 많이 올라서 임금이 상승하고 최근 환율도 올라서 수입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수요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제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며 "디플레이션은 한번 찾아오면 굉장히 극복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은 당장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 차관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며 "디플레이션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고 정부도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지만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당장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는건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며 "우리 경제에 전반적인 수요 부족 현상은 있는데 그 와중에 공급측 요인이 크게 나타나면서 8월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실장은 "물가가 마이너스를 찍던 게 0%대로 올라가겠지만 거기서 더 치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