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종합대책에…전문가들 "책임 의지 높게 평가…추가 충격요법 필요"
[저출생대책 대전환]정부 앞선 정책실패 인정·상황 인식은 높이 평가
중소기업 맞춤 추가 대책 필요…휴직 급여 인상 의견도
-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최근 발표한 저출생 대책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그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본격적인 범부처 대응에 나선 것에 그치지 말고, 청년층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추가 '충격 요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여기서 그쳐서는 출산 의지를 접은 청년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그간의 인구 정책을 '안이한 인식', '정책 대응 실기' 등으로 표현하며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정부 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되면 저고위는 인구비상대책회의로 전환될 예정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으로 적시 정책 전환에 실패했다"며 "정책 전환 이후에도 효과성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정부의 인식전환 자체는 높이 평가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대책에는 정부의 절박함이 좀 보이는 것 같다"며 "그간의 저출산 대책은 선언적인 이야기들만 확장됐는데, 이번에는 책임을 지고 가겠다는 의지가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 시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고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육아휴직 시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월 150만 원 상한)에서 통상임금의 100%(최대 월 250만 원 상한)로 높인다. 육아기 단축근무도 확대한다.
아울러 자녀세액공제, 전세자금 대출 기준 완화, 그린벨트 해제 후 신혼·출산가구 공급 확대, 청약 요건 완화 등도 담겼다.
다만 정부가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파격적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단기 육아휴직 도입이나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은 육아휴직 사용이 용이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 등에게 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경우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특히 최근의 물가, 주거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더 올릴 필요성도 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전 통계청장)은 "정부가 그동안 냈던 인구 정책 중 가장 획기적이고 규모도 큰 대책"이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청년 남녀의 마음이 일종의 '선'을 넘었다고 할까, 이제 아이를 안 낳겠다는 마음을 굳힌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정책으로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이들에 대한 더 세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육아휴직으로 월 250만 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전에 본인들의 월급 수준에 맞춰 받았던 주택 대출을 비롯해 추가로 발생하는 육아비용 등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 급여의 월 지급 상한액을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신설되는 '저출생대응기획부'와 더불어 '인구 비상대책회의'로 전환되는 저고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상림 연구원은 "인구 문제는 미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집값이 안정돼야 하고, 교육 개혁이 일어나서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어야 하고, 수도권 외 지방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설되는 부처도 마찬가지겠지만, 본래 각 부처는 해당 분야의 정책 사업을 하기 급급하다"며 "이 때문에 대통령 직속인 저고위가 큰 의제(어젠다)를 제시하고, 권한을 갖고 국토부에 집값을 떨어뜨리라고 옆구리를 찌르고, 교육부가 교육 개혁을 하도록 독려하고, 반대로 가는 경우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시어머니'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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