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③ 대기업 아니면 힘든 육아휴직…"경직된 제도 손봐야"

육아휴직 아빠 70%, 엄마 60%가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분할 사용 확대, 실제 양육자에게 양도허용 등 유연성 확보해야"

ⓒ News1 DB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이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제도 확대와 급여액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사정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아휴직 분할이 사용이 제한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개인 사정에 알맞게 수시로 쪼개서 휴직을 사용하고, 부모 외에도 실제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 등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하고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급여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시행 중이다.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간 부모 각각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유급 배우자출산휴가(아빠휴가)를 1개월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월 급여 상한을 210만원으로 60만원 인상하는 내용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모 누구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전후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단순히 육아휴직을 확대하거나 급여액을 높이는 정책만으로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정기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너무 긴데, 휴가를 자유롭게 내기도 힘들다"며 "육아휴직 제도도 경직적이어서 아이를 양육하기에 상당히 힘들다"고 말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아빠 육아휴직자 중 70.1%가 종사자 300명 이상인 기업 소속이었다. 엄마 역시 60.0%가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인 기업체에 소속돼 있었다.

육아휴직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중소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현실적으로 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셈인데, 이는 육아휴직자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인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현실적 어려움이 큰 탓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료의 업무가 가중돼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는 답변 비율이 각각 74.4%, 42.6%로 나타났다.

2023.1.1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육아휴직 분할 사용을 확대하거나 필요에 따라 조부모 등 실제 양육자에게 육아휴직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에 따르면, 독일 노동경제연구소는 짧은 기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되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3% 증가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식은 13%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육아휴직 1회 사용 시 2주 이상이면 여러 번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룩셈부르크는 1개월씩 4회, 네덜란드는 1개월씩 6회, 스웨덴은 1년에 최대 3회에 걸쳐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출산 이후 육아휴직 분할 횟수가 2회로 제한된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원칙적으로 2회 이상 분할 사용이 가능하지만 근로자가 회사와 합의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도입한 일부 국가에선 휴가 사용권을 법률혼 관계의 배우자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출산모를 곁에서 돌보는 사람에게 이를 부여해 휴가 사용률을 높이고 있었다.

노르웨이는 부부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경우 산모를 실제 돌보는 이가 2주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생부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실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배우자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실제 돌보는 자에 대한 제도 양도 허용, 시간 활용 자율성 확보는 근로자의 업무 조절 및 지속성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가정생활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자녀돌봄 기회 역시 상실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