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산지 쌀값 20만원…정부 "격리보단 재고부담 완화 방안 마련"

전월比 8.4%·전순比 1.0%↓…80㎏당 19.9만원
재고부담에 이어 단경기 쌀값 하락 등 우려 겹쳐

용인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미곡종합처리장 저온창고에서 직원이 수매 후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는 모습. 2023.4.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쌀 수확기 이전 목표로 세웠던 80㎏당 20만원의 벽이 무너졌다. 쌀값이 한 달 만에 8.4% 떨어지며 정부의 쌀값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쌀값은 20㎏당 4만9820원으로 80㎏당 19만9280원을 기록했다.

올해 수확된 신곡 가격이 발표된 지난달 5일(20㎏당 5만4388원)보다 8.4% 하락한 것으로 9월5일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다시 20만원을 하회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락했던 쌀값은 회복세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 전환됐다. 지난달 15일 5만2387원(-3.7%), 지난달 25일 5만1142원(-2.4%), 이달 5일 5만346원(-1.6%)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또 1.0%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10일마다 0.1~0.3%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최대 3.7%까지 떨어지며 전년보다 하락시점과 폭 모두 빠르고 크게 나타났다.

이같은 가격 하락은 유통업체의 벼 매입물량이 전년에 비해 증가하며 재고부담이 커지면서 출하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년 단경기(5~7월)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지난해와 달리 시장격리 조치 없이 올해산 공공비축용 벼 매입 물량이 지난해보다 5만톤 적은 40만톤인 점도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벼 재배 농가의 존속 등을 위해 80㎏당 20만원을 목표로 세우고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총력전을 벌여 왔지만 현장에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쌀 가격 하락세에 정부는 황급히 산물벼 12만톤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벼 12만톤을 시중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또 정부가 매입해 놨던 양곡 40만톤은 내년에 사료·주정용으로 판매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 무이자 벼 매입자금 3000억원을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올해 쌀 생산량은 370만2000톤으로 지난해보다 6만2000톤(1.6%) 감소했지만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농업소득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 쌀값 하락까지 이어질 경우 농가 존속 여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충청남도연합회는 회의를 열고 수확기 쌀값 하한가 설정, 선제적 격리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도 다양한 대책을 통해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이 홍수출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쌀을 단순히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향보다는 유통업체들의 재고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