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무탄소에너지 활용 전환 띄운 尹대통령…주요국 호응할까

재생에너지만 활용 'RE100'…국토 규모 등 현실적 여건 제약 커
RE100 가입세 2021년 이후 주춤…'원전 활용' CF100 가입세는↑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9.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더해 무탄소(CF)에너지도 활용하자는 에너지 정책전환을 꺼내들었다.

오직 재생에너지만을 통한 전력수급, 즉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인 만큼 원자력에너지까지 활용한 보다 현실적인 CF로의 정책전환을 주장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에만 맞춰진 세계 시류에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국제연합(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무탄소에너지의 국제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 '기후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플랫폼으로 'CF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문제 등의 원인이 탄소배출에 있다고 판단한 각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국제적 캠페인 RE100이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0년 SK그룹사 6곳이 처음 가입한 이후, 삼성그룹사에 이르기까지 현재 모두 34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RE100은 연간 100GWh 이상 전력을 사용하거나, 포춘(Fortune)지 선정 1000대 기업 또는 동급의 기업에 한해 가입자격이 주어진다.

RE100은 탄소중립의 유일 대안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캠페인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에서 오직 재생에너지만을 통한 전력수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후여건에 따라 생산‧공급량이 들쭉날쭉한 특성 탓에 재생에너지 구매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다.

윤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인식에서 CF로의 전환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을 채우기 위해 쓴 돈이 이전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조6120억원에서 지난해 3조264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CFE(무탄소 에너지) 포럼 출범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일곱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5.17/뉴스1

한전에 따르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비용은 2017년 1조6120억원에서 2018년 2조163억원, 2019년 2조475억원, 2020년 2조24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조원을 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6799억원을 REC 구입에 썼다.

REC는 발전사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한전과 발전사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전력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을 REC 구입을 통해 메우고 있다.

이런 영향 탓인지 RE100 확산세도 이전만 못하다. RE100은 2014년 영국의 환경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 주도로 시작됐는데, 최근 3년간의 가입현황을 보면 국가 참여도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비례)이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서 RE100 캠페인에 동참, 가입한 기업 수는 모두 414개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 아래 확산한 RE100 캠페인은 초기 가입 기업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가입 현황을 보면 △2021년 66개사 △2022년 58개사 △2023년 7월 기준 21개 기업만이 신규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 기업도 대부분 전력소비가 작은 업종들이었다. 업종별로 서비스업이 148개사로 가장 많았고, 음·식료업 33곳, 인프라 29곳, 유통 29곳 등이었다. 전력소비가 많은 제조업 참여는 97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 기업들의 국가 분포 역시 미국과 일본 영국이 227곳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가장 높은 유럽에 위치한 기업들의 가입률이 의외로 저조했는데, 이들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에서들조차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읽힌다.

반면 UN-Energy 주도하고 있는 'CF100'으로의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 캠페인은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개념인데, 지난 2021년 출범 후 현재까지 122곳(2022.6.30. 기준)의 기업과 단체들이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3월 가입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나라에 소재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커서 또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기업들도 많다"면서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는 방식 대신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두루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는 RE100을 대체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범위를 확장하자는 보완재적 성격"이라며 "대통령이 제안한 CF 연합이 전 세계 기업 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