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산업인력공단, 3년간 유사 사례 7건

고용부, 답안지 파쇄 관련 담당직원 등 총 22명 징계 요구
2020년 이후 치러진 시험서도 유사 사례 7건…"개선 조치"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오른쪽)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023년 국가기술 자격 실기 시험 운영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머리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 4월 23일 서울시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실시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 응시한 609명의 답안지를 착오로 파쇄한 사실에 대한 사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2023.5.2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 논란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아 온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결국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고용부는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답안지 파쇄' 건과 관련해서는 업무상 관련 직원 등 모두 22명을 징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답안지 파쇄' 건 외 추가로 진행한 국가자격시험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감사에서도 다수의 미흡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

고용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산인공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답안지 파쇄' 건과 관련한 감사는 5월22일부터 6월23일까지 한 달여에 걸쳐 진행했다.

감사 결과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사고에 책임 있는 직원 등 모두 22명을 비위 정도에 따라 중·경징계 및 경고·주의조치할 것을 공단에 요구했다. 징계 유형별로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주의 11명, 경고 2명 등이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답안 인수인계 및 파쇄 관련 공단 내부 규정을 다수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답안 인수인계 과정에서는 답안수량 확인 및 인수인계서 서명이 생략되고, 시험관리위원 위촉을 부적정하게 한 사실을 파악했다. 고용부는 이번 답안지 파쇄 건이 시험장에서 나온 답안지를 서울서부지사로 임시로 옮긴 후, 모처에 위치한 채점센터로 보내는 과정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해당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채점센터에 도착한 답안지를 예전 보존기록물과 분리하지 않은 점, 또 이 과정에서 점검직원이 상주하지 않은 문제점도 적발했다.

고용부는 또 2022년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 응시자 답안지 일부가 분실된 건을 추가로 확인하는 등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에 걸쳐 유사한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사고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답안지 파쇄' 건과 함께 진행한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감사(6.19~7.19) 결과를 보면 출제·시행·채점·환류체계·조직운영체계 전 분야에서 미흡 사례를 적발했다.

ⓒ News1 DB

시험 출제에서는 기술사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실기시험 문제 출제장 보안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시행과 관련해서는 시험장의 수험자 현황 관리에 문제가, 인수인계 관련 규정·절차·서식·보안 미흡, 시험담당 직원 교육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채점 분야에서는 '답안지 파쇄' 건의 사례와 같이 채점센터로 답안 인수인계 시 보안이 취약했고, 인수인계서 서식이 일치하지 않는 등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도 따지기 어렵게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전반에 대한 체계적·종합적 환류시스템도 미흡하게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채점 리포팅제 결과 환류도 부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점 리포팅제란 채점 물량의 10%를 선채점한 후 오류‧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채점을 보완하는 점검체계다.

조직·운영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조직편제, 자체시험장 부족, 업무량 대비 인력 충원률 저조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실례로 인력 여건의 경우 단적으로 산인공은 직원 1인당 수험 응시인원 600명을 관리해야 하는 반면, 마찬가지로 국가자격시험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직원 1인당 수험 응시인원 수는 190명 정도라는 설명이다. 수험 인원대비 관리직원 수가 적다보니 제대로 된 시험관리가 어렵다는 애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국가자격시험은 연평균 약 450만명의 국민들이 응시하는 대규모 시험인 만큼 시험에 대한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최근 연이은 사고로 인해 떨어진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공단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해야 하며, 고용노동부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지난 1월 시행 기준 750개 종목(기술자격 548개, 전문자격 202개)에 이른다. 국가기술자격 시험 제도 총괄운영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고용부가, 시험시행 업무는 산인공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10개 기관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산인공은 기술자격에 속하는 각종 기술사·기능장, 기사·산업기사 등 모두 548개 '검정형' 종목 중 497개 종목을 위탁받아 시행 중이다. 여기에는 교육·훈련과정 이수 후 평가를 거쳐 취득하는 '과정평가형' 179개 종목도 포함돼 있다.

한편 국가기술자격 답안지 채점 전 파쇄 사건은 결국 집단 손해배상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1일 시험지 파쇄 사건 피해자 147명은 서울중앙지법에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3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산인공을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