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AI 방역…고양이 사료 멸·살균 공정 없었다
제조과정서 AI 방역 구멍…역학조사 중
전국 생식업체 대상 조사, 결과 따라 조치 예정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 4월 이후 가금류 농장에서도 나오지 않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양이 사료에서 검출되며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방역당국이 사료 오염경로를 추적하고 있는데, AI에 확진된 원료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시 관악구 고양이에게 급여되던 사료에서 검출된 AI H5형 항원이 고병원성(H5N1형)으로 확인됐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AI에 확진됐는데, 역학조사 중 사료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오염된 사료는 경기 김포시 소재 업체 '네이처스로우'가 지난 5월25일부터 8월1일까지 제조한 '밸런스드 덕' 제품으로, 제조 때 멸·살균 등 공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268명이 오염된 사료 1만3200개(1.98톤)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가 가지고 있던 물량은 140kg으로 조사됐다.
총 2톤에 달하는 오염 사료는 즉각적으로 회수·폐기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원료육, 제조·유통 등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염경로를 살피고 있다.
AI에 걸린 오리가 사용된 원료육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은 출하·도축 전 바이러스를 검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오리가 가공돼 해당 업체까지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원료육으로 사용된 오리를 사육하던 농가는 AI가 발생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제조·유통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체가 멸·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생산 전후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국내에서 AI가 발생하지 않고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어느 단계가 원인으로 지목되든 AI 방역에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특히 고양이는 국내 전역에 산재해 있어 사람으로의 전파에 대한 우려도 잇따른다.
그럼에도 출하·도축 전 검사 강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다. 아직 역학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사료로 인해 가정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AI에 걸리더라도 가금류처럼 집단 살처분조치는 없을 전망이다.
법령상 AI는 1종 전염병으로 감염되면 안락사가 원칙이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지자체의 직영 격리시설에서 별도 치료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같은 사례가 또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방역당국은 전국의 모든 생식 사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를 보고 어떠한 조치를 펼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오염원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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