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1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체결…8년 만의 재개(종합)

달러 스와프 방식…"규모보단 8년 만의 복원 큰 의미"
추 부총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얘기 나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6.29/뉴스1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한국과 일본이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은 이날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자 및 다자 간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하며 이같이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유사 시 타국 중앙은행끼리 자국 통화를 서로 빌려주는 계약이다.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달러화 스와프' 방식이며, 계약 기간은 3년이다.

한국은 100억달러(약 13조1600억원) 상당의 원화를 일본이 보유한 100억달러로, 일본은 100억달러 상당의 엔화를 한국이 보유한 100억달러와 교환하는 식이다.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통화스와프는 지난 2015년 2월 중단된 이후 8년 만이다. 양국은 2001년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2011년에는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규모가 줄었고 결국 중단됐다.

기재부는 "통화스와프 규모보단 8년 만에 복원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의미"라며 "2015년 중단됐을 당시 규모인 100억달러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양국 중 어느 쪽에서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셔틀 외교가 복원된 뒤 대화가 본격화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외환보유고는 4200억달러가 넘고 GDP의 25%로 중국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국제기구들도 높은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고 대외 충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 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자유 시장경제 선진국 간의 외환 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6.29/뉴스1

이날 양국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유지 등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팬데믹 위협, 개도국 채무 및 금융 변동성 확대 등과 같은 글로벌 복합 위기에 책임있는 자세로 상호 공조하는 데 합의했다.

G20, G7 등에서 논의되는 저소득국 채무조정,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에 대해서도 양국이 상호 연대하고, 역내 금융안전망인 CMIM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재원구조 개편, 신규 프로그램 도입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또 한·일 세정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 운영해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를 올해 하반기 중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한국 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 간 제3국 공동진출 업무협약(MOU)도 체결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제3국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경제안보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 구축,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 등에 대한 지원으로 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재개됐다. 양국은 오는 2024년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한국에서 열어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간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6.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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