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발견된 흰개미…방제시스템 '구멍' 우려
수입목재·가구 등 통해 유입 추정…국내 정착시 목재건축물 등 타격
당국 수입목재 방제 2배·가구 등 목재제품 모니터링 강화 추진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5년 전 수입목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흰개미가 야외 환경에 정착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되며, 방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농림축산식품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발견된 외래 흰개미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최소 5년 전 건물 건축 당시 흰개미에 감염된 목재 건축자재 또는 가구를 통해 유입된 후 실내에서만 생존해온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논현동 주택에서는 실내 문틀 등에서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의 여왕개미, 왕개미 등 159마리의 흰개미 군체가 확인됐다.
발견된 흰개미는 모두 박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흰개미 발생 범위가 해당 세대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주변으로 확산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크립토털미스 속 흰개미가 나무에서만 서식이 가능한 특성상 건물 밖으로 탈출해 야외 환경에서 정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방제시스템을 뚫고 외래 흰개미가 유입됐다는 점이다.
수입목재는 해외에서 반입되는 과정에서 방제를 거치는 반면, 가구 등 목재를 사용한 제품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들어온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목재보다 가구 등을 통해 흰개미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는 토양 속이 아닌 나무 안에서 서식을 한다"며 "외국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 가지고 온 가구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 등은 육안으로만 검사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흰개미가 서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흰개미의 국내 정착은 목재 건축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타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발견되던 흰개미는 마른나무가 아닌 물기를 머금은 나무를 위주로 갉아먹었는데, 물기 정도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나무를 갉아먹을 종이 국내에 정착할 경우 문화재 등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강남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날개'를 가지고 있는 점도 확산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내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번식하면 서식지를 넓히는 데 용이한 날개를 지녔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국내 유입된 새로운 흰개미의 이름을 붙이고, 서식 형태나 분포 정도를 확인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수입목재에 대한 방제를 2%에서 2배인 4%로 늘리고, 가구 등 목재제품 모니터링을 분기별 1회에서 월 1회로 확대해 외래 흰개미 유입을 차단할 계획이다.
또 선박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자진 방역을 요청할 수 있도록 홍보에도 나선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외래 병해충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방제 강화 등 조치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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