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끝' 가까워졌다"…한은 동결 유인 확대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한미 금리차 1.75%p 최대
연내 인하 선 그은 파월에도 시장 인상 종료 기대감↑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p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미국이 이번을 끝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종료를 명시적으로 입에 담지 않았다. 오히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매파(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긴축적인 금융 여건 유지를 위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사전 차단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연스레 한국은행의 연속 동결 기조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차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파월이 입에 담지 않은 '인상 끝'…시장은 "사실상 끝" 해석
4일 한은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기준금리를 5.00~5.25%로 인상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막아서는 발언을 다수 남겼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그렇게 빨리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FOMC의 견해"라며 "물가를 목표치까지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예측이 대략적으로 옳다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려면 수요와 노동시장 여건이 더욱 약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 종료는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으며,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등의 지표들을 살펴가며 추가 긴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은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를 계속해서 가져가려는 모습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마지막 인상이겠지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인상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한 부분에 대해 굳이 확인사살을 해서 연준이 얻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은 은행 사태로 어렵게 긴축으로 전환된 금융시장 여건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연내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꽤 매파적 발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연준이 이날 낸 성명서에서 앞으로 금리 동결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석했다. 특히 성명서에서 '몇 번의 추가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문구가 삭제된 점을 근거로 연준이 이 같은 신호를 전달했다고 봤다.
◇한은도 "연준 인상 마무리 단계"…한숨 돌려
한은도 시장과 유사한 기대감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한은 뉴욕사무소와 워싱턴주재원이 전달한 현지정보에 따르면 연준은 일단 이번 FOMC에서 향후 금리 동결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전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서 "선진국 통화 긴축 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FOMC 등 각국 중앙은행 결정이 이번 주에 있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p씩 연속 인상했던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다만 시장의 기대보다 고금리가 오래 갈 수 있기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마저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유인은 더욱 축소됐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종전 최대인 1.50%p를 넘어 1.75%p에 이르렀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 터널의 끝을 봤다는 인식이 확산한 여파로 오히려 약달러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FOMC 결정 직후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게다가 지난달 물가까지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3%대로 둔화하면서 한은의 전망 경로에 부합했다. 앞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연속 동결했는데, 이는 역으로 물가가 예상 경로 이상으로 뛰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결국 한은이 오는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중앙은행-시장 인식에 간극…"변동성 확대될 수도"
이제 시장이 집중할 곳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일지다.
문제는 한미 중앙은행 모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단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FOMC에서 "필요하면 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고 언급한 파월 의장만 아니라 이 총재도 마찬가지다. 이 총재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향후 논의는) 결국 데이터에 달렸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는 '인하 분위기 조성'보다 '추가 인상 고려'에 관한 발언이 우세하기도 했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저성장을 경기 요인과 분리하지 않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할 경우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가격 버블로 특징짓는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시장과 중앙은행 사이 인식 차는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날 한은은 "연내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연준의 스탠스와 시장 기대 간에 괴리가 지속되는 등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앞으로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icef0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